2% 부족한 밥? 2% 사랑 더한 밥!
몇 년 전, 여름이 물러가고 막 가을이 될 무렵,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고, 마음은 즐겁고 입맛은 좋아지는 계절. 그날 저녁 우리 식구는 낮 동안 활동량이 많고 힘이 들었는지 모두들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밥을 찾았습니다. 보온 밥솥에는 아이들 둘이서만 먹을 있는 분량의 밥만 남아있어서 급히 밥을 해야 했습니다. 저희 가족은 친정어머니께서 길어 주시는 약수터 물을 좋아했는데, 어머니는 음료수 재활용 페트병으로 주로 물을 받아 오셨습니다. 그 물로 밥도 짓고 그냥 마시기도 했지요.
제가 쌀을 씻고 압력 밥솥에 안치며 약수터에서 떠온 물 한 병을 쏟아 부었습니다. 아, 얼른 밥이 되어야 할 텐데... 다행히 압력 밥솥이라 15분 채 안 되어서 칙칙~치 칙칙~치 하고 반가운 소리로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고소하고 달콤한 밥 냄새. 뱃속이 요동쳤습니다. 아이들은 갓 지은 밥을 먹고 싶어, 있던 밥을 안 먹고 기다리고 있었지요. 뜸이 돌기를 기다려 밥솥 뚜껑을 열었습니다. 음~, 이토록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밥이 또 있을까요. 한눈에 봐도 유난히 반짝거리고, 달콤한 향이 번졌습니다. 아, 맛있겠다. 얼른 밥 먹자.
한 그릇 한 그릇 밥공기에 밥을 담아서 먹기 시작했습니다. 애 아빠가 제일 배가 고팠는지, 밥을 푸자마자 한 술 가득 떠서 입 안에 넣었지요. 그런데, 이게 웬일! 밥이 너무 달콤하다고 합니다. 복숭아 향도 좀 나고요. 엥? 이상하다. 약수터 물이 달콤했던가? 복숭아 향이 왜 나지? 남편은 저보고 밥물을 무엇을 부었냐고 물었습니다. ......?! 아뿔싸! 냉장고에 넣어둔 페트병이 여러 개였는데, 제가 소중한 식구들 빨리 밥 지어 먹이고 싶은 급한 마음에, 약수터 물로 사랑을 듬뿍 담아 밥을 짓는다는 게, 00 음료수를 그대로 듬뿍 담아 밥을 지었던 거였어요. 하필이면 그 음료수가 무색이고 향이 강하게 나는 게 아니어서(아주 유명한 음료수인데, 표현할 방법이 없네...이미 말해 버렸나?) 이런 우스꽝스러운 일이 벌어진 것이었죠. 그 밥은 반찬과 함께 먹기에는 어울리지 않았는데, 다 먹지 못하고 아쉽게도 그들과 헤어져야 했습니다.
저희 아이들은 엄마의 '어록'이 아니라 ‘행장’을 기록한다면 수많은 일화들이 있다고 합니다. 저희들 낳고 기르느라고 엄마가 이것저것 잊어버리는 일도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이해해 줍니다. 2% 부족한 밥? 2% 사랑 더한 밥! 가족들이 가끔 이런 재미난 일로 서로 웃으며 지낼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