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워야 할 밥상이
왜 나에겐 아픈 기억이 있는 것일까?나는 지금부터 친정 부모님 이야기를 할까한다.
친정부모님께서는 유달리 금슬이 좋으셨다.어린시절 나는늘 엄마아빠의 대화소리에 새벽잠을 깨곤했다.이야기의 소재는 참으로 다양하고 폭이 넓었던거같다.
시부모님을 비롯해서 자녀들 이야기가 가장 많았던걸로 기억된다.
서울 간 큰딸이 보내온 사연에 마음이 아렸던 이야기.
둘째딸이 힘이 좋아서 나무를 한짐 해 왔다는 이야기.
마음씨 착한 셋째는 인사성이 바르다고 칭찬을 듣는다는 예기.
막내 아들 녀석이 뒷집 후남이와 싸워서 속상하다는 이야기.
동네 사람들 이야기도 자주 등장했다.밭 가운데 아저씨댁에 손님이 와서 닭을 잡았다는 거.
씨동이네 소가 송아지를 낳았는데 잘 생겼다는 거.
엄마 아버지의 이야기는 매일같이 한두시간씩 새벽동이 틀 때까지 계속되었다.
엄마 아버지의 이불속 대화는 참으로 듣기 좋고 정겨워 보여서 나도 이다음에 저런 모습으로 살리라 상상하곤했다.
엄마를 아끼는 아버지의 따뜻한 마음은 여러곳에서 보여졌다.
찬바람이 부는 겨울이 되면 아버지는 항상 엄마보다 먼저 일어 나셔서 물을 데우셨고 가마솥 가득 물이 데워지면 엄마는 밥을 지으셨고 밥상이 준비 되면 아버지는 밥상을 번쩍 들어서 방으로 가져다 주셨다.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고 사는 엄마는 참으로 행복해 보였다.그런 엄마가 58세의 나이에 뇌출혈로 쓰러지셔서 우리곁을 떠나셨다.두분이 사시던 공간에 홀로 남겨진 아버지는 엄마의 빈자리와 쓸쓸함으로 무척이나 힘들어 하셨다.그러던 어느날 밑반찬 몇가지를 해 가지고 친정집을 방문했다.딸이 오겠다는 소식을 접한 아버지는 손수 점심상을 차려주고 싶었나보다.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갈하게 차려져 있던 밥상.상에는 힌쌀밥에 된장을 풀어서 끓인 무국.배추김치와콩자반 구운김이 전부였던 아버지의 밥상.상을 받는 순간 가슴이 뭉클해지며 눈물이 왈칵 솟구쳤다.
멀리서 온 딸을 위해 손수 차려 주고 싶었던 아버지표 밥상..
아버지의 마음이 담긴 그 밥상을 나는 평생 못 잊을거 같다...
양용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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