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삼촌과 먹었던 시골장터 손두부
그날은 아마 5일마다 열리는 유천장날이었을게다.
할머니를 따라 간것 같기도 하고 동네사람 누군가에게 맡겨져 갔던 것 같기도 한데 아무튼 나는 장터에서 큰외삼촌에게 인계되었다.
방학이라 외갓집에서 며칠 놀다오기로 한것이다.
가끔 할머니와 함게 외갓집에 가면 할머니는 친정조카집으로 나는 바로 담하나 위에 있는 외갓집으로 가곤했다.
그날은 할머니가 바쁘셨던지 나를 동네사람을 통해 외삼촌께 보낸 것 같다. 전화도 없던 시절 어떻게 연락이 닿았던건지, 어떤 방법으로 만나기로 했던건지 지금 돌아보면 참 궁금해진다.
유천장은, 밀양과 경산의 중간지점쯤인 유천역주변이었던것 같고 외갓집이 있던 고정리를 비롯하여 경산, 안인, 유천등 주변 면단위 사람들로 장이 섰던것 같다. 외삼촌은 내 손을 잡고 좁은 시장골목을 걸어 자그마한 주막에 들어가셨다. 외삼촌이 주문한것은 국밥도 국수도 아닌 두부와 막걸리였다.
노란 주전자와 함께 김이오르는 두부와, 깨소금에 파가 송송 들어간 양념간장이 나왔다.
“수야 많이 묵어라”
막걸리 한잔을 드시며 외삼촌은 내 앞에 두부접시를 밀어 주셨다.
양념장에 콕 찍어먹는 두부는 부드럽고 고소했다.
어쩌면 외삼촌은 당신의 막걸리 안주로도, 어린조카의 간식으로도, 가난한 주머니 사정으로도 가장 합리적인 음식으을 ‘두부’로 정하셨는지도 모르겠다.
그날의 두부맛은 지금도 내 혀 끝에 아련히 남아있고 주부들이 대개 그렇겠지만 우리집 냉장고안에 두부는 떨어지지 않는다.
음식으로 남은 정서도 유전이 되는가.
딸이 고등학생때 늦게 귀가하면서 가끔 문자가 왔다.
“엄마, 먹을거 뭐 있어?”
“떡, 만두, 두부..”
“두부!”
딸은 곧잘 ‘두부’를 선택했고 외삼촌의 장터두부맛은 그렇게 내 딸의 추억 한자락으로도 이어지는 듯 하다.
이미 40년도 더 지난 기억이고 외삼촌도 오래 전 이세상을 떠나셨다.
지금도 그 장터는 그 자리에 있을까, 가끔 장터 좁은 골목길의 그 주막에서 두부접시를 앞에놓고 앉아있는 외삼촌과 열 살짜리 작은 아이의 풍경이 떠오른다.
부드럽고 고소한 두부맛을 회상하노라니 깊은 우물같았던 외삼촌이 그립다.
한번도 참석하지못한 외삼촌의 기일때 제일 맛있는 두부 들고 가서 막걸리 한잔 올리고 싶다.
장남수
서울 강북구 우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