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니문 푸어의 그맛

조회수 10369 추천수 0 2012.01.27 14:45:38

1994년 27살 내가 30살 남편하고 만난지 1 여년만에 양가집 상견례가 끝나고 드디어 결혼식 날짜가 결정되었습니다 

그때 까지는 결혼이 상상속에서 알콩달콩 그냥 살아지는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기에 날짜가 잡히고 나니 오로지 드레스를 뭘로 할까? 신혼여행은 어디로 가야 근사할까? 그 궁리 뿐이었습니다.

 

"자기  예복에 무스탕도 해줄꺼지?  미리 사서 입으면 어떨까?  라고 옷 욕심을 부리고 있는 나에게 남편이 조용히 할 이야기가 있다고 커피숍으로 불러내더군요.

결론은 농사짓는 시댁에 땅을 팔아서 전세를 얻을수 없으니 작더라도 자기 힘으로 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땐 그냥 이사람이 모아놓은것이 있나보다 라는 막연한 생각을 했기에 그렇게 하라고 했습니다.

 

1월 한겨울 추위는 대단했고 우린 사당동으로 옥수동으로 집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깨끗하고 위치좋은 3000만원짜리 집은 그리 쉽사리 나타나지 않았고 결국 3500만원에 전세 계약을 마쳤습니다. 잔금을 주고온 그날오후  S은행에 1000만원 J 은행에 1000만원이 적혀 있는 마이너스 통장이 있다는 사실도 그날 알았습니다.

이미 우리힘으로 알아서 한다 했으니 이제 우리가 갚아야할 통장을 보며 정신이 번쩍든거 두말할 나위도 없었죠.

 해외 신혼여행 취소 부모님으로 부터 받은 예물값은  실반지로하고 차액을 챙기고 나름 동동 거릴때 아시는분께서 제주도에 호텔을 3박4일 예약을 해주셔서 간신히 신혼여행은 제주도로 갈수 있었습니다. 신혼첫날밤을 절값과 부모님이 주신용돈을 세면서 이번달은 얼마나 갚을수 있을까를 궁리 하고 나니 택시관광이 너무 비싸보여 다음날 부터는 커플티를입고 시내버스를 타고 제주 관광을 시작했습니다.

점심은 중국집에서 제주만의 해물을 듬뿍넣은 짬뽕은 최고의 맛이었습니다 

그러나 극복할수 없었던 한가지 호텔에 냉장고 안의 맥주는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었습니다 그날은 맘먹고 서귀포 시장에 들러 캔맥주를 몇개를 사가지고 오는데 굽고 있는 만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튀김만두가 아니라 당면과 야채를 듬뿍넣고 피를 얇게 감싼후에 앞 뒷면을 노릇노릇하게 구운 큼직한 만두...한개만 먹으려다가 넘 맛있어서 천원에 3개라고 하기에 3000원어치를 포장해서 호텔로 돌아와 그날 저녁 만두와 맥주로 푸짐한 만찬을 즐길수 있었습니다.

다음날 너무 과식한 탓인지 새벽에 일어난 우리부부는 그 호텔의 자랑이라는 제주 최고의 일출을 보며 행복해 할수 있었습니다.

 

그후 큰아이를 낳기 3일전까지 맞벌이를 하며 우린 대출금 전부를 갚을수 있었습니다

 12년후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생일때 우린 다시 제주를 찾았고  렌트한 승용차로 서귀포시장에 들러 몇바퀴를 돌았으나 그 만두굽는 포장마차를 찾을수 없었습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도 꼭 맛 보여주고 싶은  구운 만두를 아쉬워하고 있을때 우리아들 "엄만 신혼여행와서 겨우 이거야" ...너두 살아봐라 ...전세한칸 내힘으로 장만하기가 얼마나 힘든지...쯧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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