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할머니의 밥상

조회수 10976 추천수 0 2012.02.03 14:42:36

  설에 오랜만에 가족들이 모여 전을 부치고 있었다. 사랑은 많지만 거친 언어와 비난조의 말투로 인해 우리 가족은 모이기만 하면 서로를 깎아내리거나 반항적인 말투로 서로의 마음을 아프게 하곤 한다. 거친 세월을 감당하며 살아오면서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이해받아 본 적이 없으니, 다른 이의 감정을 이해하기도, 감정을 배려하기도 가족들 각자에겐 너무 어려운 일이다. 서로를 많이 생각하고, 사랑하면서도 얼굴을 마주대하고 모이기만 하면 서로를 긁고 아픔을 주는 참 서툰 사람들이 모인 우리 가족.

 명절이 되면 할머니, 큰아빠, 큰엄마, 아빠, 삼촌, 사촌 동생과 내가 모이는 데 이렇게 서툴고 눈 앞의 것만 보는 사람들 가운데 화해와 사랑의 매개체가 계셨으니 그 분은 바로 큰엄마.

 '엄마 우리 여기 와봤자 만날 싸우기만 하고, 가족들이랑 사이만 나빠지고 이제 영광에서 여기 올라오지마' 삼촌과 싸우고 있는 나를 바라보며 거친 한방을 날리는 사촌 동생의 한 마디로 우리 집안의 분위기는 더욱 격하게 흘러가고 있었다. 평상시 남자들이 많은 집안 환경에 큰엄마가 오셔야 그나마 분위기도 살고 기분도 좋아지는 데 진짜로 큰엄마가 안 오시면 어떡하나 싶어, 태연한 척 하지만 속으론 마음을 졸이며 큰엄마의 대답을 기다리는 데 큰엄마 하시는 말씀..

 '너네는 너네의 도리를 다하며 살면 되고 난 내 도리를 다 하면서 살꺼니까 나한테 이래라 저래라 하지마. 나는 명절에 서울에 와서 너희 할머니한테 맛있는 거 해드리면 할머니가 맛있게 자시는 것만 봐도 기분이 좋고 마음이 뭉클해져.. 할머니도 저 연세에 자식들이 해준 맛난 밥 드시며 사셔야 되는 데 평상시에 잘 못 드시니까 엄마는 명절에라도 할머니 맛있는 거 해드릴 수 있어서 좋아. 여자로서 할머니의 삶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파' 하시는데.. 큰엄마 마음이 너무 예쁘고 또 여자로서의 큰엄마, 할머니의 삶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어제는 그래서 예쁘게 이것저것 넣어서 큰엄마가 하신 말씀을 곱씹으며 가족들을 위해 요리를 해 보았다. 앞으로는 맛있는 거 많이 해드리고, 안에 있는 사랑 밖으로도 예쁘게 꺼내는 가족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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