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계탕 대신 닭꼬치
딸바보 아빠가 있듯이 전 아들바보 엄마입니다.
얼마전 지난 중복날 아들에게 삼계탕을 꼭 챙겨주고 싶었는데 휴가철을 앞두로 끝내야 할 업무에 밤 11시가 다 되어 퇴근하고 말았습니다. 남편은 저녁에 아들과 삼계탕집에 갔다가 손님이 많아 못먹고 중국집에서 시켜 먹었다네요. 몸 약한 아들 꼭 챙기라고 그리 당부했는데 말이죠. 이래서 워킹맘은 있어도 워킹파파는 없나봅니다. 화가 난 저는 내가 중복을 꼭 챙겨야겠단 의무감에 그 늦은 시간 문 연 삼계탕집을 찾아 다녔지만 모두 영업이 끝났고, 딱 한 군데 문 연 곳은 숯불닭꼬치 노점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슬프게도 울며겨자먹기로 사온 따끈한 닭꼬치는 바로 냉장고에 들어가야했습니다.아들이 절 기다리다 지쳐 잠들어 버렸거든요. 제 마음처럼 쓸쓸하고 차갑게 식어버린 닭꼬치. 음식 버리는 걸 천벌로 생각하는 전 고민끝에 식은 닭꼬치로 그 다음날 볶음밥을 만들어 아들과 먹었습니다. 데리야끼 소스와 닭에 베어있던 바베큐맛 그리고 코코넛오일의 부드러움까지 섞여 전날 속상했던 마음을 다 사라지게 만드는 맛이었습니다. 워킹맘에게 서운해 한 아들의 마음도 돌리게 해 준 요리였지요.
아들, 말복에는 삼계탕 꼭 챙겨줄께! 사랑해!
(2인분) 닭꼬치 볶음밥
재료: 닭꼬치 3개, 양파 1/2개, 데리야끼 소스 5~6스푼, 코코넛오일 1스푼
만들기: 1. 팬에 코코넛오일을 두르고 양파를 볶는다. 2. 적당히 자른 닭꼬치와 데리야끼 소스를 넣는다. 3. 밥을 넣고 볶으면 끝!
최숙영 서울시 성북구 석관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