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장국 드시고 힘내요!
엄마 옆구리에는 두 줄기 긴 호스가 주머니를 달고 드리워져 있다. 3년 전 수술했던 암이 재발했고 그때 수술 후 담도에 시술했던 파이프가 좁아져 담즙배출이 되지 않게 되었다. 결국 불가피하게 옆구리 쪽으로 관을 넣고 호스를 통해 배출해야 한다. 그러나 실상 엄마의 지금 상태는 그 정도는 지엽적인 처치에 불과한데도 모르고 계신다.
재발된 암은 손도 댈 수 없어 퇴원했지만 시간별로 담즙량을 체크해야 하고 수시로 오르내리는 혈압과 열을 체크해야한다. 엄마의 눈은 하루가 다르게 쑥 들어가고, 손바닥이 스폰지처럼 푹푹 꺼지고, 구토회수는 잦아지고 있다.
음식 맛을 잃어버린 체 두어 숟가락의 죽으로 버티는 엄마가 자식 여섯이 한꺼번에 모인 날, “너그 오늘은 장국 끓이묵을래?” 하셨다. “엄마, 장국 드시고 싶어요?” 했더니 “모르겠다. 한 숟가락 묵을란가……” 하신다. 평생 자식들 입맛만 챙길 뿐 당신을 위한 요구는 모르는 노인이다. 엄마의 음식을 새처럼 받아먹고 자랐던, 이제 머리가 희끗희끗한 자식들은 엄마가 발병하신 후에야 엄마를 위해 음식을 만든다.
언니는 곧 큰 냄비에 멸치 물을 올리더니 찹쌀가루를 꺼내 반죽을 했다. 우리 자매들은 둘러앉아 새알을 만들었다.
목구멍에 풀칠도 어렵던 시절, 밀양 고향의 할머니는 식구들 얼굴에 마른버짐이 피어나면 장국을 끓이셨다. 멸치국물에 미역을 풀어 넣고 한소끔 끓으면 귀한 찹쌀가루로 만든 새알을 넣으셨다. 그걸 장국이라 했는데 식구대로 한 그릇씩 먹으면 어쩐지 힘이 나곤 하던 음식이었다. 구수한 냄새 풍기며 보글보글 끓고 있는 추억의 장국을 드시면 엄마의 기력이 회복될까.
엄마는 언니가 맛있게 끓인 장국을 반 공기쯤 드셨다. 근래 식사량에 비해서는 제법 드신 셈이다. 이제는 하루세끼도 다 끓여먹을 수 있는 장국을 엄마는 몇 번이나 더 드시게 될지…… 엄마처럼 우리 형제들에게도 장국은 아마 평생 잊을 수 없는 음식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