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생선
금풍생이.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듣지도 보지도 못했던 생선이었다. 여수 앞바다에서만 주로 잡히는 일종의 딱돔인데 시댁이 있는 순천과 인근 지역에서는 흔히 ‘금풍생이’라고 부른다. 정작 사전을 찾아보면 ‘군평선어’라고, 더욱 생소한 이름이 표기되어 있다. 금풍생이는 크기가 어른 손바닥만 한데 배를 가르지 않고 통째로 구운 다음, 양념장을 끼얹어 살을 발라먹고 내장까지도 먹는다. 하지만 머리가 크고 뼈가 억세며 살점이 별로 없다.
갈치나 고등어, 조기, 병어처럼 평범하고 살이 많은 생선을 주로 먹었던 내가 처음 맛본 금풍생이는 그저 그랬다. 가시가 뻐세서 자칫하면 찔릴 수 있다며 시어머님과 남편이 발라준 금풍생이는 나에게 아무런 감동을 주지 못했다. 도톰한 속살을 발라먹어야 생선을 잘 먹었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고소하고 담백하기는 했지만 금풍생이는 ‘먹잘 것(?)이 없어도 너~무 없었다.’ 워낙 귀하고 별난 맛이라 미운 남편은 주지 않고 사랑스런 애인한테만 몰래 구워준다고 해서 ‘샛서방 고기’라는 별명이 붙었다는데, 나는 동의도 이해도 되지 않았다.
어머님께선 으레 아들의 밥상에 금풍생이 구이를 올리셨다. 여태까지 차례상과 제사상에 단 한 번도 빠뜨린 적이 없었다. 당신의 지아비가 즐겨 드셨고 아들 또한 가장 좋아하는 생선이기 때문이다. 어머님은 남은 음식을 싸줄 때도 꼭 금풍생이를 챙겨 주셨다. 더러는 오일장에서 사두었다가 갈무리한 것을 정성껏 싸서 주셨다. 객지에 나간 아들이 한 번이라도 더 금풍생이 맛을 보았으면 하는 바람이셨다.
지금도 시댁에 가면 노릿노릿 잘 구운 금풍생이가 밥상에 오른다. 남편은 ‘기분 좋~다고’ 살을 발라먹고, 이따금 아이들 숟가락에도 올려준다. 금풍생이보다 갈치를 더 좋아하는 아이들은 맛도 모른 채(?) 덤덤히 받아먹는다. 어머님은 살점은 한사코 마다하고 억센 머리와 내장만 발라 드신다. 오십이 된 아들이 금풍생이를 먹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이젠 나도 그 생선의 고소한 맛을 조금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