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그렇게 만드는 게 아니지. 으앙.”
때는 1995년 초등학교 1학년 첫 소풍날. 엄마와 나는 아침부터 전쟁이었다. 선생님이신 엄마를 대신해 유치원 소풍 때마다 늘 도시락을 싸주시던 분은 우리 할머니셨다. 그날은 특별히 엄마가 손을 걷어붙이셨다. 딸이 초등학교에 입학해 처음으로 소풍을 간다기에 바쁜 출근길에도 엄마는 새벽부터 일어나 맛있는 김밥 도시락을 싸주시기 시작했다. 그런데 눈을 비비고 나오던 나는 김밥을 보고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엄마는 정성이 가득하고 영양과 사랑이 듬뿍 담긴 소고기 김밥을 만들고 계셨다. 나는 8살 인생, 평생 김밥에 김과 밥, 단무지, 햄, 오이, 달걀이외에 다른 재료가 들어간 것을 본 적이 없었다. 우엉, 당근과 같은 채소가 아닌 재료는 더더욱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엄마가 대체 맛있는 김밥에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인지, 괜히 싸주겠다고 나선 엄마가 밉기만 했다. 그때는 요새와 같이 김밥00 같은 곳이 없어 치즈 김밥, 참치 김밥은 보기 어려웠다. 엄마는 내가 고기를 좋아하고 김밥을 좋아하니 김밥에 소고기를 넣어 소고기 김밥을 싸주면 좋아하리라 생각하셨겠지. 그렇지만 엄마의 기대와는 달리, 나는 투박한 할머니 손에서 정직한(?) 김밥 재료만 가지고 만들어낸 김밥을 상상하며 일어났다가 봉변을 당한 것이다.
“다시! 할머니가 해줘! 싫어. 이게 뭐야!”
그냥 김밥을 너무나 사랑하는 나는 이상한 김밥이 싫었다. 그냥 가져가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으라는 엄마의 회유와 압박에도 나는 할머니가 다시 김밥을 싸주지 않으면 소풍을 가지 않으리라고 버텼다. 그 뒤는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는 출근하셨고, 나는 웃으며 소풍 길에 올랐던 것밖엔. 아! 손에는 맛있는 그냥 김밥이 들려있었다. 지금 2012년. 나는 참치 김밥을 사랑하고 치즈 김밥을 즐겨 먹는다. 소고기 김밥? ‘감사합니다.’ 노래를 부르며 먹는다. 그때는 그게 왜 싫었는지. 나도 이해되지 않는다. 이번 주말엔 엄마와 함께 소고기 김밥을 싸서 소풍 가야겠다. 김밥 먹으며 소풍 가기엔 이젠 추우려나? 엄마! 이번엔 내가 소고기 듬뿍 넣고 김밥 싸줄게. 추워도 소풍 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