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글지글...좌르륵... 쫘악.
아까부터 젓가락을 들고 안절부절못하며 입맛만 다시는 두 여자 앞에서 생선이 익어가는 소리다. 이 집에 숟가락 얹은 지 2년쯤 된 길냥이 예삐도 어느새 냄새를 맡고 합류했다.
지인네 집 세 평 남짓한 옥상에는 직화구이 세트가 있다. 밤마다 불을 피워야 내일도 아스팔트 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야생성 충만한 남자는, 기어이 단독 옥상에 불 피울 공간을 마련했다.
처음엔 고기, 그 다음엔 감자, 이제 더 구울 거 없나? 술도 남았고, 밤하늘의 별도 더 봐줘야 하고, 무엇보다 아직 알딸딸한 수준이다. 그러다 등장한 것이 ‘옥돔’이다.
철마다 올라오는 어머니표 택배에는 귀한 옥돔이 통 크게 대여섯 마리씩 들어 있었다. 주말마다 그 꾸릿꾸릿한 냄새를 맡기 위해 아파트에서 0팔 전기팬에 과감하게 한 마리씩 구웠다. 고상하게 ‘소울푸드’라고들 부르던데, 그 비슷한 것 같다. 귀한 옥돔이라며 친구들에게 해줘도 반응이 시원찮아 늘 혼자 의식 치르듯 굽게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지인네 옥상 파티에 등장하게 된 옥돔 직화구이는, 과장 하나 안 보태고 ‘세상에 이런 맛이?!’라고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였다.
생선을 굽는 남자의 행동이 3년 동안 갈고닦은 장인처럼 진지하기 이를 데 없다. 인정한다. 그동안 100여 마리는 구웠으니까. 불의 세기가 알맞을 때 자꾸 뒤적이지 말고 정확한 타이밍에 뒤집어야 한다고 진지하게 강의했지만, 그때마다 알딸딸한 상태여서 잊어버렸다. 세 사람이 동의한 게 있었으니, 살점 한쪽의 맛이다. 한 마리 가운데 엑기스, 어느 누구의 살에서도 느껴보지 못한 황홀한 살 맛이다.
그날 이후 더 이상 아파트에서 옥돔을 굽지 않는다. 그래도 괜찮아졌다. 그리고 귀한 옥돔을 앞에 두고 “맛이 별로네” 하고 금세 젓가락을 내려놓던 친구들에게 “옥돔을 가장 맛있게 먹는 법, 정답은 직화구이야” 하고 거들먹거렸다. 물론 셋이 함께 아니라면 맛은 장담 못한다.
조만간 추위에 떨며 눈밭에서 친구들과 직화구이 옥돔을 둘러싸고 앉아 있을 상상을 하니, 아, 무지무지 춥고 행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