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맛 보인 요리들
초등3학년인 딸이 엄마에게 계란 후라이를 해 주고 싶다고 졸라댔다. 기름은 위험해서 아직 이르다고 말해도 막무가내였다. 할 수 없이 팬에 기름을 두르고 계란 한 알을 아이의 손에 쥐어주었는데 잠시 후 계란은 깨지면서 싱크대 위에서 부엌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아이는 껍질을 깨는 일이 너무 어렵다고 “엄마는 어떻게 잘 해?” 라고 물었다. “많이 해 봤으니까 잘하지. 처음에는 작은 그릇을 아래에 놓고 해야 돼.”라고 말해 주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언제 처음 요리를 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은 오랫동안 살림집과 가게가 같이 있는 곳에서 일을 하셨기 때문에 초등학교 4학년 때인가 가게 계신 분들께 믹스 커피를 탔던 일이 내 인생의 처음 요리로 기억된다. 지금처럼 편리한 커피믹스가 없었기 때문에 엄마가 타시는 걸 본 경험으로 커피 한 스푼, 프림 한 스푼, 설탕 두 스푼 반으로 나름 조제해서 드렸더니 어른들은 맛있다고 칭찬을 해 주셨고 나는 그 때부터 요리라면 뭔지 모를 용기가 생겼다. 부모님이 바쁘실 때 동생에게 계란 후라이, 라면, 김치전을 종종 만들어 주었고 집에 놀러오던 옆집 언니들에게 나의 음식을 선 보였던 기억이 있다.
그러다 어느 겨울 날 문득 동생이 좋아하는 호떡을 만들고 싶었다. 시장을 지나가면서 호떡 만드시는 분을 열심히 관찰하면서 나도 저 정도는 만들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생겼었다. 1번, 밀가루를 되게 반죽하고, 반죽을 동그랗게 손으로 굴리고 납작하게 편다. 2번, 그 속에 흑설탕이 새어나오지 않게 넣고 다시 동그랗게 오므린다. 3번 기름을 두른 달궈진 팬에 올려서 굽는다. 마지막으로 팬 위에서 반죽을 납작하게 누르는 것은 대접 밑바닥에 기름을 칠한 후 꾸욱 눌러야지 라는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이론은 쉬워도 실제 호떡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반죽이 자꾸 손에 끈적하게 붙는 것은 물론이고 설탕을 넣는 것, 누르는 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밀가루가 다 익은 것 같아 먹었는데 쫄깃한 느낌이 없었다. 힘들여 했지만 그건 탱탱하고 쫄깃한 호떡이 아니라 그냥 푹 퍼진 밀가루 설탕 떡이었다. '무슨 문제가 있었던 거지?' 라고 궁금했는데 그건 이스트라는 것을 넣어 밀가루를 발효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을 몇 년 후 학교 가정 시간을 통해 알았다.
그러나 나의 도전 요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호떡을 실패한 후 나는 피자를 만들기로 했다. 그 당시 꽤 비쌌던 피자 치즈를 내 용돈으로 사면서까지 도전했다. 피자 빵은 만들기 힘들 것 같아 식빵 위에 각종 재료들을 올려피자를 만들었는데 접시 위 아담한 피자는 호떡과 다르게 모양이 꽤 그럴듯했다. 하지만 먹는 순간 빵과 분리되는 재료들, 빵과 재료들을 연결해 주는 끈적한 무엇이 없었던 것이다. 아뿔싸, 빵 위에 피자치즈를 얹을 걸...이런 실수를 하다니. 처음 만든 피자는 밥과 반찬처럼 빵 따로 재료 따로 먹어야 했다. 하지만 동생은 늘 언니 요리는 모양보다 맛은 좋다고 칭찬해 주었다.
지금도 처음 요리는 종종 실패를 하고 만다. 하지만 새로운 것을 만들어 누군가가 맛있게 먹으면 뿌듯한 기쁨이 생긴다. 실패가 두려워서, 재료가 아까워서 못할 건 없지 않은가? 며칠 전에는 남편이 너무 좋아하는 동치미를 처음 담가 맛보였다. 그런데 남편은 무가 너무 싱겁다고 했다. 물을 붓기 전에 무도 소금으로 간을 해야 한다는 전화기 속 엄마의 말씀. 진작에 말씀해 주시지... 그래도 도전은 늘 아름답지 않은가? 음....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