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들 다 재워!
아이들이 한창 클 때엔 뒤돌아서면 배 고프다라는 말이 딱 맞다. 엄마와 얼굴만 마주치면 대뜸 나오는 소리가 “배 고파요”다. 엄마가 아프다고 하면 아이들은 “그럼 우리 밥은 어떻게 해요?”라고 한단다. 그래서 가끔 영양도 골고루 들어 있고 포만감도 큰 그런 약은 왜 만들어지지 않나 생각하곤 했다. 장을 볼 때도 ‘원 플러스 원’에 열광하고, 크면서 싸고 포만감이 오래 가는 걸 고르게 된다. 우리 집 두 녀석은 음식을 먹는다기보다 흡입한다는 표현이 어울렸다. 큰 수박 반 통쯤은 앉은 자리에서 입가심 수준으로 먹어치운다. 어느 날 짜장면과 탕수육을 시켰는데 부지런히 젓가락질하며 입에 가득 짜장면을 물고 아이가 말했다. “우리 밥은 언제 먹어요?”
나는 원래 체질적으로 마른 편인데도 친정엄마가 가끔 오시면 “아이들 거둬멕이느라 에미는 빼짝빼짝 마른다”며 안쓰러워하시곤 했다. 사실 아이들에게 더 좋은 것을 더 많이 먹이기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좀 덜 움직이기 위해서 일부러 안 먹을 때가 있기는 했다.
어느날 남편이 영덕에 출장을 다녀올 때였다. 밤 10시쯤 도착 예정이라며 전화를 건 남편이 말했다.
“애들 빨리 다 재워.”
대게철이었지만 워낙 가격이 비싸 몇 마리 못 샀다고 한다. 맛이나 질보다는
양으로 배부터 채우는 아이들임을 알고 있는 남편이 내린 특단의 방법이었다. 형제끼리 밤을 먹으면 제일 작은 게 남고, 부부가 밤을 먹으면 제일 큰 것이 남는다고 했던가. 아이들은 우리보다 더 오래 살 것이니 그만큼 먹을 기회가 더 많을 것이라는 게 남편의 주장이었다.
이제 다 커버린 아이들에게 그때 이야기를 들려줬다.
“우리 다 재우고 먹으니까 맛있었어요?”
웃으며 물었고 웃으며 대답했다.
“다른 사람 신경 안 쓰고 대게로 배 채운 건 평생 처음이었단다.”
최종희 / 서울 노원구 상계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