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적 난 전라도 시골에서 살았다..
엄마가 시집오고 나서 큰삼촌은 외할머니를 모시고 서울로 이사를 하셨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고, 엄마는 여름방학이면 돌아오는 외할머니 제사에 4남매의 막내인 나를 대동하고서 큰삼촌댁에 항상다녀오시곤 했다.
4시간 반이 걸리는 고속버스를 타고, 삼촌집에 가면 나와 동갑내기 사촌도 있고..언니들도 셋이나 있었다.. 초등학교 3학년때 삼촌집에서 사촌들과 처음 먹어본 000콘은 어릴적 순박했던 내 입맛에는 완전 느끼하고 더부룩한 맛 그 자체여서 먹지를 못했다...사촌언니들이 촌년이라고 깔깔대며 놀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땐 정말이지 뭐 이런 맛없는 게 다있나 했드랬다.
제사를 지내고 나서 더운 여름에 고속버스를 타고 엄마랑 시골로 내려가는 길은 멀고도 아주 오랜시간이 걸려서 10살인 나는 멀미를 하곤했었다. 울렁거리고 속이 부대껴 얼굴이 누렇게 뜬 딸을 보신 엄마는 "막내야, 뭐 먹으면 속이 좀 가라앉겄냐??"...하셨을때,
그 말에 난 엄마가 방금 한 하얀 쌀밥에다가 바로 담근 아주 매운 열무김치 먹으면 속이 가라앉겄다고 했었다...
더운 여름 광주고속버스터미널에서 내린 엄마는 시골밭에 열무가 없다면서 양동시장까지 일부러 가서 아주 여리고 부드러운 열무를 석단이나 사시더니 집에 도착하자마 학독에 고추를 넣고 박박 갈아서 그야말로 아주 맵고 맛있는 열무김치를 담가주셨다..
방금 해놓은 뜨거운 밥에 후끈하게 매운 열무김치를 호호 불어가면서 아주 맛있게 먹었었다..뜨겁고 얼얼한 입안을 식히기도 전에 밥과 김치를 또 넣고 맛있게 먹으면서 난 엄마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멀미를 가라앉혔다.
그 시절 나와같은 10살인 된 내 딸아이...너무나 이쁜 내 딸아이도 조금이라도 멀리 갈라치면 멀미를 한다. 난 그런 딸아이에게 멀미약을 먹인다. 멀미를 하는 아이에게 난 하얀쌀밥과 고추를 박박 갈아서 맛있는 열무김치를 곧바로 담궈줄수는 없을것 같다...(지금 생각해보니 오랜시간 버스를 타서 엄마도 힘들셨을텐데 어린것이 먹고싶어한다고 해주셨을 그 정성에 눈물이 난다..)
그래도 멀미약을 먹이는 나의 마음이나 멀미를 가라앉히기 위해 쌀밥과 김치를 담궈주셨던 친정엄마의 마음이나 딸을 생각하는 애틋하고 절절한 마음은 같을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사랑하는 딸아....너는 커서 멀미약을 먹였던 엄마의 손길을 기억하겠지???....그래도 너를 향한 엄마의 마음은 쌀밥과 열무김치만큼이나 찐하다는걸 알아줬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