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 우리집 만두의 비밀

조회수 13836 추천수 0 2012.12.26 12:44:14

‘만두’는 무조건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입에 들어가지 않아 숟가락으로 쪼개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오, 어른들도 서너 개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날이면 우리집 식구들은 어른 주먹만 한 만두가 두어 개, 떡이 조금 들어간 떡국을 먹었다. 내가 기억이란 걸 하기 시작한 이후로 30년 넘게 쭈욱 그랬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집에 놀러온 여자친구를 위해 어머니가 떡국을 준비했다. 경상도 출신인 여자친구는 떡국에 만두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놀라고, 주먹만 한 크기에 또 놀란 듯 했다. 그 때 그 친구의 놀란 표정이 잊히지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는지’, ‘만두의 크기는 어떤지’ 한참을 묻고 다녔다.

나름대로 설문을 진행해보니 서울·경기도 지역에 기반을 둔 집안은 설날에 ‘떡만둣국’을 해먹지만 만두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집의 만두는 어째서 그리 클까? 아버지께 여쭤봐도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시원한 대답은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궁금함에 몸부림 칠 무렵이 자나갈 때 즈음, 할머니께서 답을 던져주셨다. 지난 5년 동안 천진난만 어린아이로 사시던 할머니가 잠깐 현실로 돌아오셨을 틈을 타 ‘만두의 비밀’에 대해 여쭤봤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귀찮아서.’

일찍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8남매를 키우시던 할머니는 그 입을 채우기 위해 작은 만두 수십개를 만들 자신이 없으셨나보다. 결국 한 사람 당 두어 개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명절이면 당신의 주먹만 한 만두를 만드셨다고.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이벤트] 사랑은 맛을 타고! imagefile 박미향 2011-11-18 82218
공지 [이벤트] 여러분의 밥 스토리를 기다립니다 - 밥알! 톡톡! - imagefile 박미향 2011-05-20 90104
201 '맛 선물' <흉내낼 수 없는 그맛> kkouns90 2012-12-28 12814
» [맛선물] 우리집 만두의 비밀 sagemo 2012-12-26 13836
199 (맛선물)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엄마의 도너츠 omy99 2012-12-24 12919
198 (맛선물) 어릴적 내 멀미약은????...^^ Kim991241 2012-12-21 14080
197 [ 맛선물 ] 애들 다 재워 ! grace2527 2012-12-15 12812
196 <맛 선물 > 사랑 담은 백김치 kimhj0703 2012-12-13 14959
195 <맛선물>멀어져버린 그들에게 언젠가 다시 생태찌개를 끓여줄 날이 오기를 cjhoon73 2012-12-13 14305
194 <맛선물> 외국생활의 허기를 달래줄 닭볶음탕 선물~~ dhsmfdmlgodqhr 2012-12-13 14788
193 <맛선물>처음 맛 보인 요리들 jpoem 2012-12-11 14312
192 <맛선물> 김칫독 가는 길 ksun3134 2012-12-10 12886
191 무서운 김장 561mh 2012-12-07 14579
190 떡케익이 가져다 준 작은 행복 haibang0815 2012-12-02 14540
189 <맛선물> 엄마표 돼지불고기를 추억하다 gobunge 2012-11-28 14940
188 김치국밥, 휴식과 평화의 뜻 file maarry 2012-11-28 14462
187 <맛선물>어렸을 적 입맛을 찾아서 mijalang 2012-11-24 13311
186 <맛 선물> 직화구이 옥돔 한 토막 geenak 2012-11-23 14768
185 <맛선물>그냥 김밥 vs 소고기 김밥 hsang 2012-11-23 14748
184 <맛선물> 햇살 아래 밥상 s920673 2012-11-20 13092
183 <맛선물> 아들의 이른바 <사죄의 초밥> file joungde 2012-11-13 14591
182 <맛선물>된장박이 깻잎장아찌 지짐의 맛과 추억을 딸아이에게 kichanrob 2012-11-08 17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