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는 무조건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입에 들어가지 않아 숟가락으로 쪼개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오, 어른들도 서너 개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날이면 우리집 식구들은 어른 주먹만 한 만두가 두어 개, 떡이 조금 들어간 떡국을 먹었다. 내가 기억이란 걸 하기 시작한 이후로 30년 넘게 쭈욱 그랬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집에 놀러온 여자친구를 위해 어머니가 떡국을 준비했다. 경상도 출신인 여자친구는 떡국에 만두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놀라고, 주먹만 한 크기에 또 놀란 듯 했다. 그 때 그 친구의 놀란 표정이 잊히지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는지’, ‘만두의 크기는 어떤지’ 한참을 묻고 다녔다.
나름대로 설문을 진행해보니 서울·경기도 지역에 기반을 둔 집안은 설날에 ‘떡만둣국’을 해먹지만 만두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집의 만두는 어째서 그리 클까? 아버지께 여쭤봐도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시원한 대답은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궁금함에 몸부림 칠 무렵이 자나갈 때 즈음, 할머니께서 답을 던져주셨다. 지난 5년 동안 천진난만 어린아이로 사시던 할머니가 잠깐 현실로 돌아오셨을 틈을 타 ‘만두의 비밀’에 대해 여쭤봤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귀찮아서.’
일찍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8남매를 키우시던 할머니는 그 입을 채우기 위해 작은 만두 수십개를 만들 자신이 없으셨나보다. 결국 한 사람 당 두어 개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명절이면 당신의 주먹만 한 만두를 만드셨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