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먹어 본적 없고 만드는 법도 모르는 음식, 그러나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음식이 있다.
친정엄마는 기름진 음식이나 육식은 싫어했고 오래전부터 소식하는 습관이 배어 있었다. 82세 나이가 믿기지 않게 꼿꼿했으며 활동적이었다. 한마디로 건강의 상징 같았던 분이 작년 여름 뇌경색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엄마는 병원 생활을 힘들어 했다. 잠 자리, 화장실 모두 불편해 했지만 특히 하루 세끼 병원밥 먹는 걸 힘들어 했다. 음식을 워낙 적게 먹는데다 변비까지 있어 통 식사를 하지 못했다. 먹고 싶은걸 물어도 마다했고 평소 좋아했던 떡도 싫다했다. 우유마저도 비위에 안 맞아 못드셨다.
그런데 2인 병실 맞은편 자리 아줌마는 달랐다. 병원에서 나오는 세끼를 다 먹고 틈틈히 새참을 먹는가 하면, 새벽에 일어나 침상의 불을 켜고 밥을 먹었다. 그때의 삭은 물김치 냄새란!
아줌마는 하루 여섯번 정도 식사를 하는 중간 중간 지인들과 통화하며 먹고 싶은 메뉴를 부탁하기도 했다.
엄마는 옆 환자의 왕성한 식욕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전화를 마친 아주머니가 기대어린 자랑을 했다. 누군가 아욱죽을 끓여 올 것이라고.
그때, 엄마에게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 아욱죽, 맛있지! 된장 넣고 팍팍 끓이면 구수하지."
하고는 침을 꼴깍 삼키는 것 아닌가?
아! 엄마도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아욱죽이라니? 나는 처음 듣는 음식이었다.
그 후로 나는 죽을 골고루 사다 날랐다. 전복죽, 호박죽, 녹두죽......하지만 아욱죽은 끓이지 못했다. 처음 들어본 아욱죽이 막연하기도 했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많이 지쳐있었다.
얼마 후, 엄마는 정밀검사에서 암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했지만 식사는 물론 물도 드시지 못하며 버티다 돌아가셨다.
미욱한 딸은 이제야 아쉬움과 후회로 절절하다.
먼 길 떠나는 엄마에게 따뜻한 아욱죽 한 그릇 해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