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한번도 먹어본적 없는 음식

조회수 14850 추천수 0 2012.10.31 20:46:00

한번도 먹어 본적 없고 만드는 법도 모르는 음식, 그러나 꼭 한번 만들어 보고 싶은 음식이 있다.

 

친정엄마는 기름진 음식이나 육식은 싫어했고 오래전부터 소식하는 습관이 배어 있었다. 82세 나이가 믿기지 않게 꼿꼿했으며 활동적이었다. 한마디로 건강의 상징 같았던 분이 작년 여름 뇌경색 진단으로 병원에 입원했다.

엄마는 병원 생활을 힘들어 했다. 잠 자리, 화장실 모두 불편해 했지만 특히 하루 세끼 병원밥 먹는 걸 힘들어 했다. 음식을 워낙 적게 먹는데다 변비까지 있어 통 식사를 하지 못했다. 먹고 싶은걸 물어도 마다했고 평소 좋아했던 떡도 싫다했다. 우유마저도 비위에 안 맞아 못드셨다.

그런데 2인 병실 맞은편 자리 아줌마는 달랐다. 병원에서 나오는 세끼를 다 먹고 틈틈히 새참을 먹는가 하면, 새벽에 일어나 침상의 불을 켜고 밥을 먹었다. 그때의 삭은 물김치 냄새란!

아줌마는 하루 여섯번 정도 식사를 하는 중간 중간 지인들과 통화하며 먹고 싶은 메뉴를 부탁하기도 했다.

엄마는 옆 환자의 왕성한 식욕을 부러워하기도 했고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전화를 마친 아주머니가 기대어린 자랑을 했다. 누군가 아욱죽을 끓여 올 것이라고.

그때, 엄마에게서 뜻밖의 말이 나왔다.

" 아욱죽, 맛있지! 된장 넣고 팍팍 끓이면 구수하지."

하고는 침을 꼴깍 삼키는 것 아닌가?

아! 엄마도 먹고 싶은 음식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아욱죽이라니? 나는 처음 듣는 음식이었다.

그 후로 나는 죽을 골고루 사다 날랐다. 전복죽, 호박죽, 녹두죽......하지만 아욱죽은 끓이지 못했다. 처음 들어본 아욱죽이 막연하기도 했고 병원과 집을 오가며 많이 지쳐있었다.

얼마 후, 엄마는 정밀검사에서 암진단을 받고 호스피스 병동으로 입원했지만 식사는 물론 물도 드시지 못하며 버티다 돌아가셨다.

미욱한 딸은 이제야 아쉬움과 후회로 절절하다.

먼 길 떠나는 엄마에게 따뜻한 아욱죽 한 그릇 해드렸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
공지 [이벤트] 사랑은 맛을 타고! imagefile 박미향 2011-11-18 81440
공지 [이벤트] 여러분의 밥 스토리를 기다립니다 - 밥알! 톡톡! - imagefile 박미향 2011-05-20 89232
» <맛선물>한번도 먹어본적 없는 음식 file kesuoh 2012-10-31 14850
180 <맛선물>콩나물무침 vzzing 2012-10-29 14708
179 [맛선물] 제발 받아줘 namij 2012-10-29 15581
178 요리담당 기자의 삶 담긴 ‘맛있는 식탁’ imagefile 끼니 2012-10-15 27815
177 두유를 직접 만들어 드리고 싶어요. negonego 2012-10-15 14452
176 <맛선물> 우린 역도부 삼형제! dmsgud100 2012-10-12 15434
175 <맛선물>불고기전골의 자비 sabet1105 2012-10-04 14961
174 낭화를 아시나요 ? jhk9324 2012-09-29 15040
173 맛선물 wang0827 2012-09-28 15061
172 <맛선물> 영원히 못 잊을 닭백숙 59pigpig 2012-09-26 14701
171 <맛선물> 계란 한 알, 딸기 한 알 prup 2012-09-24 14823
170 <맛 선물> 은희가 은희에게 takeun 2012-09-22 14684
169 [맛선물] 아빠와 함께 먹고 싶은 미역국 octobermj 2012-09-19 16818
168 <맛 선물> 계란찜을 먹는 두 가지 방법 중전 2012-09-16 14933
167 <맛선물>아름다운 이웃에게 육개장 한 그릇씩을~~ com6210 2012-08-31 14470
166 [맛선물]조일병 기다려라! 이번 주말, 엄마가 밥차 몰고 면회간다! ggossi1 2012-08-28 14630
165 <사랑은 맛을 타고> 케냐의 맛 jangmi1514 2012-08-27 16151
164 [맛선물] 엄마의 떡볶이 moon5799 2012-08-24 15064
163 <맛선물>"얘들아, 김밥이다." file viveka1 2012-08-24 14347
162 <맛선물>수제비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 dunamom 2012-08-20 14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