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방학은 길고 지루하다. 남들 하는 대로 스펙 쌓기는 싫고 게으른 천성 탓에 자기계발은 자꾸 차일피일 미뤄진다. 다른 애들은 뭐하나, 타임라인을 훑어보면 다들 소싯적 친구들과 여름을 즐기기 위해 놀러다니는 것 같다. 나도 고등학교 시절 친했던 친구들은 대여섯 명 정도 있다. 이 친구들이랑 여행이나 갈까하다가도 친구들을 떠올리면 지레 포기하게 된다. 왜냐고? 안 친하니까. 그렇다. 내 친구들은 안 친하다. 서로 만나는 것을 꺼리고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짐작한다. 싸운 것도 아니요, 연락을 안 하는 것도 아니다. 차라리 싫어서 안본다면 이해나 하지, 절대 한자리에 다 같이 모이지 않으면서도 막상 다른 친구들의 소식을 접하면 은근히 서로에게 서먹해하고 섭섭해 한다. 원인이 뭘까 고민해봤지만 통 모르겠다. 다만 해결 방법은 한 끼 식사면 충분할 것 같다. 만나지 않고 지레짐작으로 키운 오해니 만나서 풀어야한다. 밥을 핑계로 직접 만나, 얼굴을 맞대고 못했던 얘기들을 나누다보면 금세 ‘맞아, 얘가 이렇게 웃겼지.’ ‘쟤가 저렇게 다정했구나.’ 깨닫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냉담해졌던 우정도 되살아날 거다. 후후. 메뉴는 뭐가 좋을까? 머리 속에 갑자기 떠오르는 음식, 푸 팟 퐁 커리! 바싹 튀긴 꽃게를 매콤한 카레에 야채와 함께 볶아 내는 태국식 게 요리다. 왜 하필 이 요리냐고? 일단 맛있고. 시원~한 맥주와 잘 어울리고. 뭣보다, (악당처럼 손을 비비며) 후후… 집에서 몇 번 만들어 본 결과, 게를 통째로 씹을 수 있을 만큼 부드러워지지 않기 때문에 친구들은 카레가 잔뜩 묻은 이 게를 손으로 들고 아작아작 씹어가며, 손을 쪽쪽 빨아가며, 입 주변 여기저기에 카레를 묻혀가며 먹게 된다. 그런 모습이라면 아무리 새침데기라도 더 이상 내숭은 떨지 못할 테고. 그럼 요 앙큼한 친구들은 서로에게 좀 더 솔직해질 수도 있겠지. 보고 싶었어. 연락할게. 자주 보자. 뭐 이렇게. 짠! 계획은 완벽하다. 이제 다음 주 집들이가 ‘푸 팟 퐁 커리 대작전’대로만 된다면 나는 다음 달 쯤 친구들과 다 같이 바다에 놀러갈 수도 있으리라. 음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