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더워 숨이 막힐듯 힘든 생활을 하다가 강원도 양양
내 고향으로 휴가를 갔다.
푸르디 푸른 바닷물도 뜨거운 햇살앞에서는 기운 없이
넘실 거리고 있고 배꼽시계는 아무때나 울려서 날 곤란하게
만들었다.
우리 가족과 언니네 가족은 바닷가 예쁜 집에 가서 어죽을
먹었다.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뭐든지 꼼꼼히 깨끗하게 만들어주는
사촌 동생이 해준 어죽은 더위에 지친 우리들에게 여름날의 보양식과도 같았다
아이들은 먹기 싫다고 밀어 대더니 옆에서 먹는 모습이 맛있어 보였는지
한숟가락 먹어 보겠다고 하더니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먹고서는
이걸 뭘로 끓인 거예요? 하며 물었다.
사촌 동생은 궁금하면 내일 다시 오라며 우리를 바닷가로 밀어 냈다
안 먹겠다고 왕 짜증을 부리던 아이들은 어느새 어죽의 매력에 빠졌나 보다
다음날 또 사촌 동생 집에 갔더니 끓인 생선을 체에 걸르고 있었다
아이들을 오라고 해서 곰솥 가득히 담겨있는 조개들 조갯살을 발라내게 하였다.
그곳에 청양고추, 마늘,고추가루,들기름,소금으로 간을 하였다
팔팔 끓이고 나서 감자 수제비를 넣어 저어주면서 마지막으로 호박잎과
깻잎 등을 넣고 살짝 더 끓인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개 살을 많이 넣고 끓인 어죽은 비릿한 맛을 싫어하는
나에게도 담백함 그 자체 만으로도 맛있게 먹을수 있게 해주었다.
집에 와서 사촌 동생이 끓여준 어죽을 똑같이 끓여 보았지만
왜 그런맛이 나지 않는지...어죽은 흉내 내는걸로만 끓일수 있는 것이
아닌듯 하다
이 뜨거운 햇살이 다 사라지기전에 덩치만으로도 물고기를 기절 시키고도 남을
동생한테 가서 어죽 한그릇 얻어 먹고 와야겠다.
그래야 올해 뜨거운 여름을 마무리 지을수 있을듯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