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이태원동에 작업실 겸 집을 마련했습니다. 저와 친구 한 명이 두 칸 방에 살고, 거실 공간을 다른 세 명의 친구와 함께 작업실로 사용하기로 하였습니다. 집의 이름은 와이키키. 집 계약을 한 게 8월 1일이니 벌써 열흘의 시간이 지났고, 열 흘 내내 다섯명 모두 새로 품은 공간에 가구와 물건들을 늘어놓으며 애착을 키워 나가고 있습니다. 거리에서 주워 온 가구들, 나무들과 씨름하며 열대야 십오일을 보내고 나니 어느새 거실의 커다란 책상에 둘러 앉아 오프닝 파티의 음식들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습니다. 각자 한 가지의 요리를 정하고, 작업실 공식 주방 담당자인 제가 코디네이터로 그릇과 한마디 조언을 더해 따뜻한 오프닝파티 식탁이 완성되었습니다. 

방누리(25)_ "그 곳에서 나는 함께하는 라이프에 대한 개념이 생겼어. 적어도 나의 경우엔." 

우리가 기른 채소로 만든 샐러드 : 가지, 호박을 살짝 볶고, 어린 쌈채소들을 잘라 섞는다. 토마토는 오븐에 구워 함께 한다. 모든 채소는 학교 옥상 텃밭에서 공수해온다. 

정소라(26)_"엄마의 케일+당근 혹은 케일+사과주스를 기억하고 싶어. 요즘 사람들이 케일의 맛을 알까?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새로운 것 우리 집과 함께 소개하고 싶어. 믹서기와 엄마의 마음이 중요."

엄마의 케일주스 : 케일도 역시 학교 옥상 텃밭에서 공수해온다.                  

한보혁(27)_"잔치하면 아무래도 고기가 있어야지. 솔직한 고기로 보쌈을 내놓고 싶어."

솔직한 보쌈 : "네이버에서 찾아볼게."

신세철(27)_"내가 할 수 있는 최고(最高)의 요리야."

소세지 양파 볶음 : 모두가 아는 그 레시피.

박우린(25)

"먼저 샐러드의 드레싱은 올리브유와 소금에 신선한 레몬즙을 더해 담백하게 했으면 좋겠어. 발사믹비네거와 홀그레인 머스타드, 꿀을 살짝 섞어 준비해 두어서 더 강한 맛이 필요한 사람들은 첨가할 수 있도록 해 두자. 샐러드에는 고소하게 볶아진 해바라기씨와 크루통을 넣어서 풍성한 잔치 샐러드로 만들자.

언니가 주스를 맡았다면 나는 알콜을 더할게. 날씨가 더우니까 커다란 수박을 사와서 럼주에 담궈놓자. 수박과 럼주는 여름의 음주로 제격이야. 빨간 색이 화려하니까 식탁이 예뻐질 것 같아.

솔직한 보쌈을 위해 솔직한 새우젓을 찾아볼게. 바다에 갈 일이 생긴다면 좋겠는데. 

소세지 양파 볶음은 세철에게 최고의 요리지만 보쌈에게 대적할만한 뭔가가 필요해. 문어발처럼 갈라진 끝의 비주얼이 멋지니까 작은 소스그릇에 오봇하게 담고 깨소금을 솔솔 뿌려 화려한 핑거푸드로 변신시켜 주자. 

그리고 나는 유부초밥을 준비할게. 상큼하면서도 단정한 유부초밥은 모든 요리에 지원군으로 어울리기 제격인 것 같아. 시간이 있어 선물로 줄 초코칩 쿠키를 구울 수 있다면 좋을텐데, 그게 안된다면 대신 포츈쿠키를 준비해 하나씩 열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


오프닝파티 겸 집들이의 날짜는 8월의 마지막 날로 정해졌습니다. 커다란 책상 가득 그릇과 그릇들이 부딪히는 소리가 가득한 가을 초입이 어서 오기를 기다리며 아직은 책상 가득 노트북을 올려놓고 한창 작업 중 입니다.


woorinwoori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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