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다니랴, 아이 키우랴, 살림하랴.. 바쁘디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는, 아직은 초보 아내/엄마다. 인생의 행복은 먹는 데 있다!며, 먹는 것을 아주아주 좋아라하며 행복해하지만, 사실 요리에는 그닥 큰 취미가 없다. 식당을 운영하실 정도로 음식 솜씨가 좋으신 어머니 밑에서 자란 남편에게 나는 좋은 아내는 아니다. 먹는 건 좋아하지만, 요리에는 시큰둥한 아내라..
매일 저녁 퇴근 후, 남편과 나는 '오늘은 뭐 해먹지?'를 고민하는데, 어느 날 일요일 저녁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남편이 제육볶음이 먹고 싶다고 하였다. 제육볶음용 돼지고기와 야채를 사서 고추가루와 고추장으로 맛있게 양념을 한 후, 월요일 저녁에 볶아 먹으려고 김치냉장고에 재워 두었다. 남편은 곁에서 몇 번이나 "맛있게 할 수 있지?"를 반복했다. 나는 "그럼그럼~" 이라며 자신있게 대답했고.
다음 날 저녁, 야심차게 준비하여 재워둔 제육볶음을 볶는데, 왠지 양념이 부족한듯 느껴지는 것이다. 남편은 싱거운 걸 질색하며 싫어하고, 매콤하고 양념 맛이 강한 요리를 좋아하는데, 결혼 후 이런 남편의 입맛에 나또한 길들여져 되도록이면 안 싱겁게, 매콤하게 하려는 버릇이 생겨버렸다. 나의 이런 버릇이 발동하여 넣지 않아도 될 고추장과 고추가루를 나도 모르게 팍팍 더 넣어버렸다. 결과는.. 당연히 '짰고', 남편은 표정이 별로 좋지 않더니, 급기야 나에게 '너 제육볶음도 안 먹어봤어? 고추장을 왜 이렇게 많이 넣어? 짜잖아!'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퇴근 후, 피곤한 몸을 이끌고 나름 자신있게 준비한 요리를 그런 식으로 타박한 남편이 얼마나 야속하게 느껴지던지.. 나도 모르게 눈물이 주르르..
다음 날, 시어머님과 통화 중에 전 날 있었던 제육볶음 사건 얘기가 나왔고, 갑자기 감정이 북받쳐오른 나는 '엉엉' 울면서 하소연을 하기 시작했다. 며느리의 이야기를 다 들으신 어머님은 앞으로는 "해주면 해주는 대로 먹고, 싫으면 자기가 알아서 해먹어!"라고 말하라면서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하셨다. 그 후에 남편에게 전화하여, "요즘 때가 어느 땐데 반찬 투정이야! 여자는 무심코 던진 돌에도 상처 받아. 해주면 해주는대로 밥 한끼 뚝딱 먹으면 됐지. 금상을 받아 먹을래!"라고 하셨단다. 우와. 그 말을 듣자 마자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듯, 남편에게 받은 상처는 온데 간데 없고, 룰루랄라~ 기분이 좋아하지는 게 아닌가. 세상에 이렇게 현명한 시부모님이 또 계실까, 싶다.
암튼, 그 다음 날엔 돼지고기 앞다리를 넣고 김치 찌개를 끓였는데, 남편은 100% 썩 만족하는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는 이제 든든한 지원군이 있으니 기죽지 않고, 당당하기 때문에, 즐거운 표정으로 묻는다. "자기야, 왜? 맛없어?", "아니, 좀 더 푹 끓였으면 좋았을걸..", "(으유... 얄미워..) 근데, 왜 오늘은 '넌 김치찌개도 안 먹어봤니?' 라고 말 안해?"라고 물었더니, 남편 왈, "김치찌개는 먹어봤겠지~" 하하.
매일 저녁 나의 요리는 계속 된다. 그리고 그때 마다 항상 확인하게 된다. 난 역시, 요리보단 먹는 걸 즐기는 여자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