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질병이 우리의 식탁에서부터 온다는 말은 흔한 말이다. 내가 살고있는 지역에서 혹은 집앞 텃밭에서 나온 제철식품으로 밥상을 마련하던 것은 옛말이고, 이제 우리의 밥상은 적어도 3개국에서 냉동되어온 식품으로부터 물 건너온 과일까지 글로벌하기도 하고 제철 구별도 없이 먹을 수 있다. 또 하루에 섭취해야할 열량은 한끼로 끝내고 나머지 두끼와 영양 가득한 간식에 야식까지 챙겨먹고 또 맛있는게 뭐가 있나 생각하곤 한다.
먹는 것도 먹는 거지만 움직임 또한 눈에 띠게 줄어만 가서 땀내는 일은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더운 태양에 노출되었을 때 뿐이다. 그나마도 자가용으로 왔다 갔다 하니 걸어다닐일 없고 어디 지붕만 있으면 에어컨이 있어 땀낼 일도 없다. 컴퓨터와 스마트폰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갈수록 움직이는 것은 손가락 뿐인 생활이 일상화 되었다. 그러니 용감한 녀석들처럼 두 손을 번쩍 들고 ‘육식 대신 채식으로~’, ‘인스턴트 대신 자연식으로~’, ‘MSG 대신 천연양념으로~’, ‘농약 대신 유기농으로~’를 외치는 것도 무슨 대단한 의지가 있어서라기 보다는 나날이 늘어가는 허리살이 잡힐 때 가장 간절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구제역이나 조류독감 혹은 영화에서처럼 세상을 재앙에 빠뜨릴 무슨 이상한 바이러스보다 더 무서운 것이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이어서 에스라인은 아니라도 온몸의 각을 없애버리는 살들과 암으로 변질될 것만 같은 지방산들이 무서워 자연식과 채식을 자주 생각하게 된다. 그 생각은 온갖 채식관련 서적과 채식 레시피를 찾아내는 것으로 시작해서 사찰음식 만들기 강좌에 등록할까를 고민하는데서 끝난다. 더러는 독한 마음을 먹고 실생활에서 적용해 보기까지 한 것이 한두번이 아닌데 대게는 이런식이다. 먼저 각종 야채-특히 색색의 야채-에 간장과 참기름, 참깨, 매실을 섞어 만든 즉 기름기 없는 소스를 부은 다음 단백질과 포만감을 동시에 줄 수 있는 두부를 잔뜩 넣고, 세심하게도 영양이 부족할까 봐 잣, 땅콩, 아몬드와 같은 견과류와 말린 과일을 넣은 다음 교양 넘치는 표정으로 시식하면 된다. 이때 저녁 6시 이전에 먹는 게 중요하다. 배고프면 잠이 안 온다는 사실을 한 3일정도 경험하게 되더라도 작심삼일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서 멈춰서는 안된다. 그 대신 살짝 변화를 시도한다. 돈가스나 닭가슴살등을 그 위에 얹어주는 식이다. 그렇게 하고나면 불고기와 족발, 피자등을 꼭 상추, 마늘, 오이피클등의 야채와 함께 꼭 6시 전에 먹고 3시간정도 후에 단팥빵과 만두등으로 숙면을 촉진하는 생활로 변화하는 것은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실패를 여러번 반복하다보면 아이돌 여가수를 보더라도 “맘껏 먹지도 못하고 얼마나 힘들까?”하는 측은지심의 경지에 까지 이르게 된다. 그런데 얼마전 예년보다 더운 여름에 해수욕장개장을 앞당긴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바다에 당당히 뛰어드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매일 아침 거울을 보느라 학교에 뛰어가는 중학생 딸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본다. “오늘 식탁에서 고기하고 생선 빼면 어떨까?” “그럼 뭐랑 밥을 먹어!” 다시 물어본다. “우리 내일부터 살도 빼고 건강도 생각해서 채식하면 어떨까?” “좋아~! 당장 시작하자” 그런데 우린 미처 채식식단을 짜기도 전에 전화번호를 메모하고 있다. 하필 신문에 ‘전국 택배서비스 지방 명물음식들’ 기사가 날게 뭐람. 아~ 금욕의 길은 멀기만 하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