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머니는 20살에 결혼 하셔서 나를 나으셨다. 어릴 때는 그런 상황을 모르고 왜 우리 엄마는 다른 엄마들과 다를까 하고 생각하곤 했다. 왜냐하면 친구들 어머니나 텔레비전에서 보는 어머니는 어린 내가 느끼기에도 보통의 사람들이 생각하는 고향의 어머니 느낌이랄까, 지극히 희생적이시고 따뜻한 밥을 지어주시는 그런 분이다. 하지만 우리 엄마는 어린 나랑 똑같은 식성이었다. 한마디로 애들 입맛. 시장에서 같이 떡볶이, 튀김을 사와서 끼니를 대신하거나 저녁에 통닭을 사오라는 심부름을 자주 하였던 기억이 난다. 물론 자식 셋을 키우면서 가게도 도맡아 하셨기에 힘에 부쳤다는 말은 엄마한테 귀에 못이 박도록 들어서 이해보다는 그러려니 하는 포기에 도달했다.
이제 나도 결혼을 하고 살림을 하다보니 반찬을 만든다는 것이 정말 어렵고 시간이 많이 드는 일임을 알게되었다. 그래도 한편으로 친정엄마가 직장다니면서 살림하는 딸을 위해 반찬을 바리바리 싸주시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지금도 엄마는 가게를 하신다. 하루에 10시간씩 꼬박 일을 하시고 일요일만 쉬는데 그나마 일요일도 교회를 나가느라 바쁘시다. 결혼하고 한 5년 간은 회사 갔다와서 힘들고 피곤하여 주로 외식이나 라면같은 것으로 끼니를 때웠다. 그러던 중 개인 사정으로 직장을 쉬게 되면서 요리에 관심에 가지게 되었다. 요리강습도 나가보고 이런 저런 요리책을 보면서 그동안 해보지 않았던 음식들을 만들게 되었다. 차츰 나만의 노하우가 생길 때 쯤 이런 생각이 들었다. 별난 음식보다는 꾸준히 늘 먹을 수 있는 음식을 할 수 있어야 어릴 때 내가 생각하는 고향의 어머니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김치 만들기, 장아찌 만들기에 도전해 보았다. 김치는 3년째 배추 절이기부터 도전하고 있는데 대단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장아찌는 재료를 잘 씻고 재료 비율을 잘 배합한 간장물이나 소금물을 끊인 뒤 붓기만 하면 되기에 아주 쉬운 음식이었다.
이번 봄에 지인이 고향에서 온 머위잎을 한 보따리 주셨다. 나물을 해 먹어도 양이 너무 많아 장아찌를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북어대가리 우린물2컵, 식초1컵, 국간장1컵, 매실청1컵, 매실주 1컵, 설탕 1/2컵을 잘 섞어서 끓인 뒤 머위잎에 부으면 완성되는 요리가 완성되었다. 이틀뒤에 다시 한번 끓여서 식힌 간장물을 부어서 밀폐 용기에 잘 담아 두었다. 삭힌 머위잎이 까무잡잡하게 변했지만 그 쌉싸름한 맛은 살아있었다. 이걸 예쁜 유리병에 담아 친정가는 날 어머니께 퉁명스럽게 주고 왔다. 나는 친정에서 반찬을 가져가는 딸이 아니라 친정엄마한테 반찬해주는 딸이라는 생색을 내면서. 우리 엄마도 나처럼 상냥한 엄마가 아니기에 내 뒤통수에 도로 가져가라고 하셨지만 못 들은척하고 그냥 왔다. 바쁜 엄마를 두어서 앞으로도 반찬을 친정에서 받아오기는 힘들 것 같다. 바쁜 엄마의 미안한 마음을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이해하게 되면 상냥한 말도 곁들여서 엄마에게 반찬을 드리고 올 수 있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