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한 갈색사이로 고기 결이 미세하게 갈라지고, 물이 너무 많지 않고 완전 블링블링한 브라운 색 국물을 머금었으며 따뜻할 듯 한 놋그릇에 잣가루 이고 있는 소갈비 사진만 보면 난 세종대왕이 떠오른다. 고기를 너무 좋아하시여 수라상 마다 고기가 오르고, 드라마의 김성경과는 달리 비대하셨을 거라는 추측이 있기도 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점은 몸을 조금만 챙기셨으면, 20세기보다 더 휼륭한 언어학 이론을 남기시어, 우리나라가 언어학 강국이라는 타이틀을 붙여 주셨을 지도 모를 일이다.
그에 비해 영조는 장수의 상징이다. 영조임금은 기름진 고기반찬이 담긴 수라상 보다는 소박한 수라상을 즐기 셨다는 일설이 전해 오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초등학교시절 확실치 않은 위인전에 기대어 농사 짓는 임금이미지가 영조대왕과 오버랩되면서 설렁탕이 떠오르는 것은 30년 이상된 영조의 이미지다.
우연히 신문에 난 노무현 대통령의 생일상을 봤다. 봉화마을에서 주민들과 함께한 생일상에는 우리가 생일날 먹는 모 브랜드 파란통에 얹어진 초라한 케익과 김밥, 나물과 몇 가지 반찬이 초라한 식탁에 차려져 있었다.
꿈에서라도 노무현 전대통령을 만난다면 난 설렁탕을 끓여 들이고 싶다. 다시 태어나신 다면 영조대왕처럼 설렁탕정도에 만족하시는 소박한 수라상을 즐기시되, 영조대왕처럼 굳건한 자리에서 장수하셨으면 하는 나의 바람과 기대 때문이다. 세종대왕처럼 역사에 큰 흔적을 남기시되, 건강에 힘들어 하지 마시고, 소박하되 힘이 되는 설렁탕을 즐기시면서 하시는 일이 마무리 될 때 까지 오래 오래 사시라는 나의 희망이다.
논둑과 밭둑에서 싱싱한 풀 먹고 자란 순 토종 우리한우는 기본이다. 시커먼 가마솥아래 장작 지펴놓고, 물을 펄펄 끓여 핏물 뺀 사골과 잡뼈, 양지를 12시간 이상 끓여낸 뽀얀 국물에 국수가락 넣고 찬밥 말아서 큰 깍두기 국물 벌겋게 빼어낸 설렁탕을 난 꿈에서라도 꼭 노무현 대통령에게 끓여드리고 싶다. 땀 밴 손으로 막걸리 한잔 따라드리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