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쉬고 있지만 저희 엄마는 20년 가까이 분식집을 하셨습니다.
말이 좋아 분식집이지 간판도 없는 허름한 포장마차였지요.
하지만 엄마는 그 곳에서 주말도 여름휴가도 없이 성실히 일하셨고
그 주변 초등학생들 동네꼬마들의 간식을 책임지셨지요.
엄마의 그 성실함이 음식에 고스란히 녹아서일까요?
엄마의 그 맛이 그립다며 이사 가서도 찾아오고
훌쩍 자라 임신해서도 찾아오는 분들이 있어 힘든 엄마에게 큰 위로가 되었죠.
얼마 전 남편이 “장모님, 저도 그 유명한 떡볶이 먹고 싶어요.”
라며 말을 했어요.
엄마는 “사랑하는 사위에게 그깟 것 못해 주냐?”며 바로 팔 걷어붙이고 정성껏 음식을 만들어주셨죠.
남편과 나는 맛있다며 잘 먹었는데 엄마는 그 때 그 맛이 안 난다며 서운해 하시네요.
(저도 예전 그 맛은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나는 왜 그 옛날 그 재료를 그대로 사용했는데 왜 맛이 안 날까 고민했습니다.
잘 생각해보니 그 옛날 맛의 비밀은 ‘많이’하는데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커다란 네모 프라이팬에 떡도 많이 고추장도 많이!
많이 끓여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눠 먹는 맛이 엄마 떡볶이에 비밀이었다는 걸요.
조만간 주말에 언니네 가족들까지 모두 모아 놓고 제가 한 번 그 맛을 재연해 볼게요.
기대하셔도 좋아요.
엄마, 제가 진지하게 엄마 뒤를 이어 분식집을 계속 할까 생각했던 거 아세요?
참으로 고되고 힘든 시간이었는데 언제나 웃으며 기쁘게 해내신
엄마가 무척 자랑스러웠어요. 저도 엄마를 닮은 사람이 되고 싶었거든요.
엄마, 정말 사랑하고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