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벌이를 하는 우리 집에서 아내는 주로 청소와 빨래를, 나는 식사준비를 맡아서 한다.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아침 7시전에 일어나서 아침준비를 한다든지 퇴근길에 오늘 저녁반찬은 뭐를 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이 사실을 아는 주변사람들은 나보고 “요리를 잘 하겠네요?”라고 묻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요리는 잘 못하고요 그저 밥과 반찬을 만들 뿐입니다”라고 한다.
그러나 나에게도 나름 자랑할 만한 요리가 있다. 그것은 육개장이다. 이것 역시 요리라기 보다는 좀 정성을 들인 반찬이라고 하는 편이 더 맞는 것 같다. 육개장 한 솥 끓여 놓으면 우리 4식구가 이틀정도의 반찬걱정은 던다. 육개장은 고기부터 여러 가지 채소가 들어 가 있어 균형잡힌 영양식이고 오래 끓일수록 맛도 깊어지니 예로부터 큰일 치를 때에 요긴하게 썼던 음식이다. 초상집에서 육개장을 내어 놓는 것도 다 이런 이유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얼마 전에 내가 속해 있는 마을의 노래 동아리에서 뭔가 재미있는 이벤트를 찾고 있을 때, 내가 불쑥 “육개장 파티나 한 번 할까요?”라고 제안을 했다가 회원 20명에 그 배우자들까지 약40인분의 육개장을 끓여 본 적이 있다. 집에서 한 번 끓이면 4명이 3~4끼는 먹으니까 어림잡아 그것의 3배 정도를 끓이면 되겠지 라는 쉬운 판단에서 제안을 했던 것이다. 약속한 날 아침부터 고기의 핏물을 빼고 몇 시간을 고아서 육수를 만들었다. 잘 익은 고기는 잘게 찢어서 양념장에 무쳐 두고 물에 불렸다가 데쳐낸 고사리, 토란대, 듬성듬성 썬 대파와 숙주나물 그리고 잘게 찢은 느타리버섯을 큰 들통에 육수와 함께 한 동안 끓여 내었다.
회원들에게 육개장 한 그릇 씩 먹이려고 한 소박한 계획은 아뿔싸, 회원들이 싸들고 온 넘쳐나는 요리에 묻혀 “참 맛있다”는 인사치레의 칭찬은 받았으나 그리 중심이 되지는 못 했다. 그래도 육개장 파티라는 이벤트 덕에 우리는 사람냄새 나는 잔치를 벌일 수 있었다. 나는 또 다른 집단을 찾아 이 육개장기부를 해 볼까 한다. 세상을 위해 봉사하는 아름다운 이웃이 있다면 더욱 기쁜 마음으로 육개장 한 그릇씩 떠 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