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추석이 며칠 지난 뒤인 아침에
친정어머니께서 다니시는 부산의 병원서 연락이 왔다
친정어머니의 쓸개에 문제가 생겨서
급히 쓸개 제거 수술을 해야한단다
그 연락을 받고 부랴부랴 여행준비를해서
부산으로 내려갔다
병원으로 달려가니, 어머니는 벌써 수술이 끝나서
병원 침대에 누워계시고
아버지께선 초췌하게 병실을 지키고 계셨다
수술이 끝난 뒤라 힘드셨을 텐데도
어머니께선 수술 뒤의 통증은 아랑곳하지 않고
냉장고에 보관한, 추석 때
장만한 여러 반찬들과 재료들이
따뜻한 날씨에 상할 지 몰라 걱정하셨다
특히 사용하고 남은 콩나물이 물렀을까
무척 염려를 하시며,콩나물과 나머지 반찬들의
뒷처리를 부탁하신다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가서 어머니가 말씀하신 여러가지 반찬들과 재료들을
모두 찾아내어 정리를 한 뒤, 콩나물을 찾아보았다
다행히 물러지지 않았기에
서둘러서 콩나물 국을 끓이고
일부는 고춧가루랑 깨소금등을 넣어서 나물로 무쳤다
여러 가지 일들을 하니 벌써 저녁이 되어
반찬들을 대충 장만하여 아버지께 저녁을 해드리니
다른 반찬들은 거의 손도 대지않으시며
'"너의 엄마는 내게 이런 콩나물 무침은 한 번도 해주지 않더라..."
그러시며 콩나물 무침만 한 접시를 맛나게 다 드셨다
무친 콩나물을 맛나게 드시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면서
' 아... 자식이라고 부모님께 받으려고만 하였지
딸로서 부모님께, 부모님 입맛에 맞는
음식을 제대로 해 드린 적 없었구나...'란 생각이 들었고
오랫동안 자식이라고 신경을 쓰지 못했단 것에
참으로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곤 또 다른 집안 일이 있어서
아버지께 식사준비를 제대로 해드리지도 못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 후 친정어머니께선 퇴원하시고, 얼마뒤 내게 전화를 하셨다
"얘, 너가 전에 보내준 전복이 맛이 있던데
그걸 보내주면 좋겠다..."
난 그 말씀을 듣고 전복을 사면서
콩나물도 많이 샀다
전복을 보내면서 무친 콩나물을 함께 보내면 될 테니까...
아버지께선 그동안 무친 콩나물을 아마도 맛 보지 못하셨을 것이고
그렇다고 수술을 이제막 끝내고 퇴원하신
친정어머니께 친정 아버지의 반찬으로 콩나물 반찬을 해드리라고
차마 말씀을 드리지 못하니말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솜씨로 콩나물을 무쳐서
전복과 함께 콩나물무침을 보냈다...
다음날 전복을 받으신 친정어머니의 전화
" 얘야 전복이 싱싱해서 무척 좋더라...
근데 콩나물은 아예 다 못먹겠다"
이런! 전복을 넣으면서 혹시나 전복이 상할까 염려되어
얼음을 넣었고 그 사이에 콩나물 무친 것을 넣었으니...
그 얼음 덕에 콩나물은 실가락처럼 가늘게 되어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게되었단다
내 정성은 물거품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