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삼계탕 끓여다 바칠게
나는 닭을 좋아하지만, 삼계탕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야식으로 맥주와 먹어야 제 맛인 치킨이야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지만, 뜨거운 국물을 후후 불며 ‘시원하다~’ 외쳐야 할듯한 삼계탕은 양도 가격도 부담스럽다. 그러나 그 음식은 어느새 누군가에게 평생 선물해야 할 음식이 됐다.
처음은 반강제였다. “띠링.” 2년 전쯤의 어느 날. 아플 땐 꼭 삼계탕을 먹어야 한다는 여자친구의 문자메시지에 나는 마트로 달려갔다. 자취하는 여친의 마트 나들이를 보조한 적은 있지만, 독립적으로 장을 본 건 처음이다. 그분의 ‘전화 지시’에 따라 싱싱해 보이는 생닭 한 마리와 몇 가지 약재(사실은 삼계탕용 한약재 팩), 찹쌀(한 번 먹을 분량인 100g 이상 샀다간 혼나기 때문에 주의 요망)을 산다.
마트에서 장을 보고 후다닥 여친 집으로 달려가 생닭을 손질했다. 그녀도 생닭이 싫다지만, 나 역시 이토록 징그럽고 흐물흐물한 생닭을 만지는 건 끔찍한 일이다. 그런데 닭 껍데기 제거도 필수란다. 인터넷의 각종 레시피에선 찹쌀을 물에 불려야 한다고 하지만 가볍게 패스하고 닭 뱃속 가득히 넣었다. 냄비에 손질한 닭과 팩, 물을 넣고 가스레인지의 불을 켠다. 물 조절도 신중 또 신중해야 한다. 많으면 남는다고, 적으면 마실 게 없다고 혼난다. 불을 켜고 가만히 기다려서도 안 된다. 중간중간 닭기름도 제거하고, 약간 작은 냄비에 담긴 닭을 골고루 익히려고 뒤집어도 줘야 한다. 집에서는 설거지도 안 하던 나의 첫 요리 도전기였다.
‘글로 배운 삼계탕’이 맛있다며 국물까지 다 먹은 여친의 폭풍 칭찬에 춤추다 보니 길들여진걸까. 이 일도 2년간 하다보니 여친이 아플 때, 기분 나빠 할 때, 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 쉽게 만들어 ‘상납’ 할 수 있는 유일한 음식이 어느덧 삼계탕이 됐다. 소질없고 취미없는 나 대신 요리는 늘 여친의 몫이기에 내가 그녀에게 유일하게 해 줄 수 있는 것도 삼계탕이었다. 오직 한 사람을 위해 내 정성을 모두 쏟은 삼계탕. 덕분에 우리는 행복했다. 곧 아내가 될 그녀. 평생 삼계탕 끓여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