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뭐예요?”
“국수요”
“국수? 의외인데요? “
“면 종류는 다 좋아하는데, 특히
잔치국수를 좋아해요.”
그녀는 먹을 것을 좋아했다. 여기서 ‘좋아한다’라는 말 앞에 ‘미친듯이’를 추가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엄청난 양의 음식도 그녀의
입에 들어가면 형체를 알아볼 수 가 없었고, 같이 음식을 먹다 한눈이라도 팔게 되면 내 앞의 음식은
어디론가-물론 그녀의 위장으로-사라진 뒤였다. 첫 만남에서 그녀의 식성을 진작에 파악했으니, 좋아하는 음식에 대해
묻는 것은 당연지사. 대답은 의외로 국수였다니. 그럼 내
요리실력을 발휘해야지.
그러나
여기는 미국, 뉴욕. 멸치를 구하기보다 육류를 구하는 것이
쉽다. 집 앞 마트를 가서 돼지육수를 만들 생각을 하니, 돼지의
어떤부위를 이용해야하는지 감이 오지를 않았다. 죄다 영어로 써있잖아!
이래서는 나의 빼어난 요리실력을 발휘하기 힘든데… 하며 걱정하고 있을 때. 돼지의 살코기를 이용해 육수를 내면 되겠다는 생각이 문득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구입한 건 “shoulder”부위. 유치원
때인가? 이런 노래를 배웠지 않은가! 머리~ 어깨~ 무릎~ 발~ 무릎~ 발~ 오호 어깨는 Shoulder. 그래 돼지 어깨야 너의 힘을 좀 빌려 보련다. 하는
비장함을 가지고 한 덩이 돼지 어깨는 내 어깨에 짊어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큰
솥 냄비에 물을 올리고 한국 마트에서 공수해온 된장을 조금 풀고 돼지어깨를 끓였다. 진저(생강)과 갈릭(마늘)을 넣어 돼지 잡내를 잡으며 푹푹 고았다. 돼지어깨 살이 긴장을 풀기
시작했을 즈음 육수의 맛이 제법 그럴싸해졌다. 다른 냄비에 국수 삶을 물을 올렸다. 물이 끓는 동안 국수를 장식할 파와 얇게 썬 양파, 숙주를 준비했다. 그래 이제 거의 다 됐어! 국수가 삶아지고 돼지 어깨살을 정성껏
썰어 국수위에 얹고 준비한 파, 양파, 숙주를 얹어 만든
돼지국수 완성. 그녀는 요리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연신 신기해했다. 남자가
요리를 한다는 것, 듣도 보지도 못한 돼지국수를 만든다는 것, 무엇보다
맛있는 요리가 눈 앞에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봤다. 완성 된 요리를 먹는 내내 행복해
하던 그녀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맛있다. 맛잇다. 를 연신 내뱉는 그녀의 입과 그 입으로 후루룩 빨려 들어가는 국수의 면발들.
난 그녀를 바라보며 행복감을 느꼈다.
면발이 아무리 쫄깃하다고 해도 당기면 끊어지는 법. 인연은 국수 같다. 질겨보이지만 결국에 끝이나는 법. 지금은 후루룩 거리며 국수를 삼키며 행복해하던 그녀의 모습은 추억이 되어 버렸다. 국수 반죽을 한다. 육수를 끓인다. 더욱 질기고 단단한 면발을 위해서, 더 진하고 구수한 육수를 위해서. 아니, 내 사랑을 위해서. 맛으로 그녀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서. 따끈한 국수 한 사발 그녀에게 내밀며 말하고 싶다. “ 맛있게 먹어 “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