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빙과 동의어는 사치다.
우리집 유일한 뚱보는 우리 장남이다. 다른 사람들 모두 날씬한 편인데 유독 우리 아들만 뚱뚱하다. 사실 별로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다. 거의 같은 양과 같은 질로 밥이나 간식을 먹는 둘째는 날씬한 편인데 비해 첫째만 듬직한 몸매를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우리 아들에게 먹는 다는 것은 꼭 꾸중을 듣는 일과 일맥상통한다. 나 또한 음식에 항상 신경 쓴다면 쓰는 편이었다.
요즘 우리집 가계에 부담이 되는 돈이 나가면서 난 빵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새벽에 나가 3시 정도까지 근무하는 조건으로 일했었다. 매일 집에 있다가 밖에서 일을 하다 보니 집안 살림이나 아이들 챙기는 일이 보통이 아니라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다. 청소는 대충이고 아이들 저녁은 라면이나 자장면 키킨이 자주 올라왔고, 아침은 당연이 빵으로 간단히 해결했다. 당연히 아들의 몸무게는 늘어갔고, 꾸중 역시 늘어났었다
평범한 저녁이었다. 식구들이 모여 텔레비전을 보고 있었다. 그 내용은 새벽 일찍 나가 늦게 들어오는 부모를 둔 세 아이들의 식생활을 다루는 프로였다. 당연히 아이들은 비만이었고, 식생활도 엉망이었다.
남편이 항상 하는 얘기 "요즘은 가난한 사람이 뚱뚱한거야" 실감, 절감이라고 할까? 요즘처럼 싼 돈으로 많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시대가 또 있을까 싶다. 딸기 한 팩과 귤 한상자의 가격이 같다면, 난 오래먹을 수 있는 귤을 산다. 올해 풍년인 조기 두 마리를 사느니 돼지고기 뒷다리 살로 김치찌개를 끓인다. 지쳐서 집에 들어오는 엄마가 아이가 비만이 되가니 유기농 신선한 야채나 과일로 장을 보고, 부엌에서 하루 세끼를 준비하려고 두 세 시간을 서있을 수 있을까?
우리가 죄악시하는 뚱뚱, 쓰레기 음식이라고 하는 인스턴트, 어떤 엄마가 유기농으로 키운 신선한 과일과 야채와 계란과 고기와 생선을 먹이고 싶지 않겠는가? 물론 근사한 아일랜드 식탁과 인덕션이 갖추어진 부엌에서 말이다. 웰빙이란 단어와 동의어는 사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