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덧 내 나이 마흔 넷...
태어나서 지금까지 내가 먹은 음식은 얼마나 될까?
그 많은 음식들 중 나의 마음을 따뜻하게 해 주며, 그 맛을 잊을 수 없게 하는 음식은 바로 엄마가 끓여주신 잣죽이다. 잣죽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먹었겠지만 내가 기억하는 잣죽은 바로 나의 인생에 있어서 첫 보물인 아이가 태어나던 아침에 먹은 것이다.
함께 살다 결혼을 해서 멀리 떨어져 있었던 나는 아이를 낳기 위해 잠시 친정에 머물렀기에.......
떨어져 살다 보니 부모님의 마음과 고생을 조금은 알게 되었기에...... 밤부터 진통이 있었지만 아픈 배를 참으며 문고리를 몇 번이나 잡었다 놓으며 밤을 보냈다.
아침이 되어 엄마에게
"엄마 나 얘기 낳으려나봐" 했더니
"아이구 언제부터? 나를 깨우지 그랬니? 힘들었을텐데......" 하시며 급히 부엌에 가시더니 잣죽을 끓여 주셨다.
찹쌀에 잣을 듬뿍 넣어서 간장 종지와 함께......
참 달콤하고 구수했다. 그 음식 덕분인지 병원에서 몇시간도 않되어 애를 순산했다.
가끔 내가 엄마에게 그 잣죽을 잊을수 없다며, 내가 끓여서 먹어도, 어디에 가서 사서 먹어도, 그 맛이 않난다고 말씀드리면 엄마는 이렇게 말씀하신다.
"힘써야하는 너에게 내가 죽을 써줘서 내가 항상 미안하고 마음에 걸리더라. 난 네가 속이 부담스러울거란 생각만 했지...... 지금 생각하면 내가 왜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이다.
뭐가 그리 항상 미안하신지.... 어머니의 마음이란 ......
그 아이가 커서 지금은 중학생이 되었고 나는 어느덧 마흔넷이 되었다.
그 뒤 연연생으로 아이를 낳아 키우는 동안 여러 번의 마음의 고비가 왔었는데 그때마다 왠지 잣죽이 생각났다. 아마도 오로지 나만을 위해서, 나에 대한 사랑을 듬뿍 담아 만든 음식이기 때문인 것 같다. 가까이 계신다면 부탁드리고 싶었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서 안타까울 뿐이었다.
죽 한 그릇과 간장 종지 하나...... 나는 그 밥상이 사진처럼 찍혀서 내 머리에 남아있으며 따뜻한 연기가 나던 잣죽과 그 간장을 잊을수 없다. 그 음식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뭉클해지고 위로가 된다.
항상 나의 걱정을 하시는 엄마께 이제 말씀드리고 싶다.
"엄마, 나 엄마 덕분에 이쁜 아이 잘 낳고 잘 살고 있으니 이제 죽 끓여줬다고 미안해 하지 마세요. 저에겐 그 음식이 최고였어요. 그리고 엄마 사랑해요. 그리고 건강하세요." 라고.
이 말을 쓰면서 갑자기 엄마 생각이나 뭉클해져 눈물을 흘리니, 옆에서 숙제하던 아이가 엄마 왜 그래요? 라고 묻는다. 난 그 말에 바로 대답을 할 수가 없다. 마음이 짠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