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결혼 10년 차로 결혼 후에 계속 맞벌를 했고 2년 전 귀향을 해서도 계속 그러하다. 남녀가 모두 일이 있으면 힘이 좋은 남자 쪽에서 집안 일을 더 많이 해야 한다라는 조금 기특한 생각의 소유자이다. 그런데 요리는 예외였다. 학창시절의 수 년간의 자취경력에도 불구하고 결혼 후에 내가 요리를 별로 즐겨하지 않는 다는 것을 알았다. 고맙게도 가사의 총량에서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요리 부분을 담당하는 것에 대해 아내가 별 반발없이 받아들였다.
신혼 때에 아내의 실력은 아주 별로였다. 그러나 2012년 현재. 아내의 실력은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다. 그 결과 어느 모임에서든 밥과 찬이 입에 맞지 않는다 하여 그자리에서 술은 드시면서도 꼭 식사는 집에 와서 해, 어머니의 주름살을 더 빨리 늘게 할 정도로 입 맛이 까실한 시 아버지에게 인정받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데 요리사로서 대성하는 것을 가로 막는 것이 있는데 먹어보지 않았거나 새로운 것을 개발하는 데 대해서 영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 어느 겨울 날이었다. 아내의 귀가는 보통 6시 30분 정도였고 그날 집에 있던 나는 저녁을 맛있게 준비하리라 생각했다. 재료들을 살펴보았는데 청국장 이외엔 별 다른 것이 없었다. 사실 아내와 난 청국장을 몹시 즐긴다. 그냥 파만 넣고 밥위에 찌거나 두부 청국장 찌개, 김치 청국장 등으로 말이다. 먼저 밥을 안쳤고 살펴봤더니 추석 때 들어온 참치 캔이 몇 개 쌓여 있었다. 김치'참치'청국장을 만들어 보기로 하고 갖은 양념을 해서 준비했다. 멸치나 명태에 끓여도 맛이 있으니 참치도 괜챃을 것 같았다. 다만 기름 끼가 조금 걸렸는데 김치를 곁들이면 그것도 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펄펄 김이 날 때 맛을 보았더니 괜챃았고 한창 시장할 때인 이맘 때, 오자마자 먹을 수 있도록 턱하고 상을 내놓으면 아내가 얼마나 흡족해 할지를 상상하니 기분이 쏠쏠했다.
아내가 왔다. 그런데 전에 이미 몇 번 먹었던지라 냄새로 알고서 별 감흥없이"청국장이네"하는 것이었다. 여기서부터 조금 엇갈렸다. 사실 적잫은 고민을 한건데. 그리고 냄비를 열고 막 식사를 하려고 하면서 "참치에 끓였어"라고 하자 아내의 첫마디가 "그건 아니지"라며 눈을 부라렸다. 참치와 청국장이 영 어울리지않는 조합이라는 것이었다. 조금 욱 했지만 속으로 삭이면서 "그러지 말고 한 번 먹어 봐"라고 했다. 여전히 마뜩챃아 하면서도 상을 차린 성의가 있고 이전, 나의 거칠은 성질의 이력을 알고 있는지라 더 하진 못하고 마지 못해 국물을 조금 뜨는 것이었다. 그 찰라에 그녀가 혀 끝에서 부드러운 맛을 느꼈고 그러면서 이미 어질러 놓은 상황의 수습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놓고 고뇌하는 빛을 난 볼 수 있었다. "어때 맛있지?"라고 했더니 아주 가느다란 목소리로 "음, 괜챃네"라고 했다.
그 후 그렇게 뛰던 사람이 사흘에 한 번 꼴로 참치 청국장을 끓였고 캔 5-6개가 떨어질 때 까지 계속했다. 새로운 맛의 발견이라고 하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