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년전 내 초등학교 5학년, 아마도 지금 정도의 초여름 날씨였을 게다.
평생 농사일과 가정일에 바쁘셔서 읍내 장날에 한번도 못 나가셨던 어머니께서 읍내 장에 나가시고 집에는 아버지와 나와 둘이서 있게 되었다. 점심때가 되어서 부억에 들어가 찬장을 열어보니 항상 먹어서 질리던 무 짱아찌가 고추장에 곱게 버무려져 있었고 그 옆에 양파와 오이가 씻혀저 채반에 받혀 있었다. 순간 짱아찌는 매일 먹어서 질리고 무언가 색다른 반찬을 아버님 점심에 차려드려야 했기에 순간 양파와 오이가 생각이 났다. 우선 양파를 잘게 썰고, 오이도 잘게 썰은 뒤 큰 그릇에 합치고 고추장, 설탕, 식초, 깨소금을 뿌려서 골고루 무치니 제법 색깔도 그럴싸 했고, 또한 아삭한 맛에 새콤달콤한 맛이 여름내내 지겹던 짱아찌 하고는 비교가 안되었다. 밥상에 밥과 국, 그리고 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요리한 양파 오이 고추장 무침을 수북히 올려서 드리고 나서 부억 한켠에 숨어서 아버지가 맛있게 드시나 걱정반, 호기심 반으로 지켜보는데 세상에, 어찌나 맛있게 잡수시는지 어린 가슴에 아버지 입맛에 꼭 맞추어서 해드렸다는 뿌듯함이 벅차올랐다. 그 후에도 종종 어머님이 바쁘실때는 종전과 같이 양파 오이무침을 해드리곤 했는데 무척이나 맛있게 드시곤 하였다. 벌써 아버님이 80세, 얼마전에는 농사일을 하시다 허리를 다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당연히 입맛도 없으실테고 수척해지신 아버님께 요번에 아이들하고 병문안을 가면서 아버님께서 그리도 맛있게 드셨던 양파 오이무침을 정성을 다해 준비해서 다시한번 가슴 두근거리며 맛있게 드시는 모습을 숨어 지켜 보아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