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어렸을 적 입맛을 찾아서

조회수 10608 추천수 0 2012.11.24 10:12:45

제가 근무하는 곳은 햇살이 잘 비치는 곳입니다..

햇살 좋은 가을,아무렇게나 흘려보내는 햇살이 아깝단 생각이 무척 들었지요.

겨울에 상추나 푸른잎 채소를 먹는다는 것은 몸에 오히려 안좋다고 하니

가을에 나는 채소들을 가을볕에 말렸다가 겨울에 먹으면 좋겠단 생각을 하고선

뭐 말릴 것 없나 살펴보게 되었습니다..둥근 애호박이 한창 나오길래 애호박 사다가 썰어서 말리고,가지 말리고,고구마순을 살짝 삶은 후 껍질 벗겨내서 말리고,무우 썰어서 말렸습니다..

어렸을 적 우리집 반찬들은 제 입에 맛도 없고 먹기도 싫었지요..도시락 싸온 친구들의 반찬을 보면 소시지에 계란입혀 부치고,계란 말이도 하였는데,제 반찬은 항상 김치나 나물들이었으니까요..또한 조미료나 설탕 같은 것을 전혀 쓰지 않았기에 어린 시절 먹었던 엄마의 음식은 맛이 없었지요, 제가 요리를 시작하면서부터 이제까지 먹어왔던 엄마에 길들여진 맛을 흉내내지 않고,인터넷 정보나 이웃집에서 알려준 요리법대로 음식을 하였어요.양파도 많이 넣고,설탕도 가끔 넣고 어묵이나 소시지 햄 같은 것도 해서 먹었어요..나물과는 담을 쌓고 살았지요..그랬던 제가..요리할 생각을 안하고 무작정 예전 엄마가 했던 그대로 고구마순을 말려놓고 보니 요리할 방법이 난감하더군요.어렸을 적 먹은 기억으론 들깨국 속에 말린 고구마순이 있었던 것하고,된장맛이 났던 고구마순,고구마순으로 김치 담궜던 것들이었지요..고구마순을 볶아서 들깨가루 넣는 요리 방법은 인터넷검색으로 여러가지 방법이 나와 있는데 엄마가 해주던 된장으로 만든 것은 안나와 있어서 요리방법을 물었지요....말린 고구마순을 끓는 물에 데친 후 파,마늘,들기름,된장을 넣고 조물조물 무친 후에 ,냄비에 국멸치 큰것과 물을 넣은 후 무친 고구마순을 넣고 약한 불에서 오래도록 뭉근하게 익히라고 하더군요...어머니께서 가르쳐준대로 고구마순 요리를 해서 이웃집에도 나눠주고,가까이 계시는 부모님께도 한그릇 가져다 드렸습니다..ㅎㅎ..다들 맛있게 잘 먹었답니다.그런데 8살 우리딸에게 먹으라고 주니,먹지 않으려해서 강제적으로 입에 넣어주니 눈물을 글썽거리면서 토하려고 하더군요..얼른..맛있다맛있다 맛있다 라고 말을 하면서 딸에게도 소리를 내어 맛있다는 말을 하라고 했습니다..그렇게 겨우 두번을 먹였지요..우리딸도 제가 반찬을 맛없게 한다고 합니다..고기 반찬은 거의 없고 맨날 나물 종류,된장국 같은 것이니 어린 나이에 엄마가 요리를 못한다고 느껴지나봐요..

어려서 먹은 혀의 기억은 나이가 들어서 그리워하는 것 같아요.제가.나이가 들어서 어렸을 적 먹던 음식들 맛을 찾아서 다시 요리하듯이 울딸이 지금은 먹기 싫어해도 나중에 어른이 되면 어렸을 적 먹었던 음식의 기억이 날 것 같아요. 울딸이 나이들어 고구마순을 보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먹기 싫어 눈물이 날 정도로 맛이 없었다는 기억? 아니면 그때의 고구마순을 먹어보고 싶다는 기억? 어려서는 물리도록 먹어서,또는 입에 달지 않아서 거들떠 보기 싫었던 음식들을 세월에 흐르면 그리워할 거라는 생각이 드네요.나이들어 엄마가 했던 방식들을 닮아가듯이 우리딸도 크면 내가 했던 방식들을 닮아가지 않을까..따뜻한 가을햇살 덕에 말릴것을 찾다가 다시 찾은 고구마순으로 예전에 먹던 음식맛을 다시 보고 우리딸의 울상 짓던 모습을 보면서 저의 어린시절도 생각나서 재밌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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