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 우리집 만두의 비밀

조회수 11980 추천수 0 2012.12.26 12:44:14

‘만두’는 무조건 커야 한다고 생각했다. 한 입에 들어가지 않아 숟가락으로 쪼개 먹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오, 어른들도 서너 개 먹으면 배가 부를 정도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설날이면 우리집 식구들은 어른 주먹만 한 만두가 두어 개, 떡이 조금 들어간 떡국을 먹었다. 내가 기억이란 걸 하기 시작한 이후로 30년 넘게 쭈욱 그랬다.

결혼이 얼마 남지 않았을 때, 집에 놀러온 여자친구를 위해 어머니가 떡국을 준비했다. 경상도 출신인 여자친구는 떡국에 만두가 들어간다는 사실에 놀라고, 주먹만 한 크기에 또 놀란 듯 했다. 그 때 그 친구의 놀란 표정이 잊히지가 않아서, 주변 사람들에게 ‘떡국에 만두가 들어가는지’, ‘만두의 크기는 어떤지’ 한참을 묻고 다녔다.

나름대로 설문을 진행해보니 서울·경기도 지역에 기반을 둔 집안은 설날에 ‘떡만둣국’을 해먹지만 만두의 크기는 그리 크지 않는 것으로 결과가 나왔다. 그렇다면 우리집의 만두는 어째서 그리 클까? 아버지께 여쭤봐도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는 대답만 돌아올 뿐, 시원한 대답은 없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고 궁금함에 몸부림 칠 무렵이 자나갈 때 즈음, 할머니께서 답을 던져주셨다. 지난 5년 동안 천진난만 어린아이로 사시던 할머니가 잠깐 현실로 돌아오셨을 틈을 타 ‘만두의 비밀’에 대해 여쭤봤다. 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귀찮아서.’

일찍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홀로 8남매를 키우시던 할머니는 그 입을 채우기 위해 작은 만두 수십개를 만들 자신이 없으셨나보다. 결국 한 사람 당 두어 개로 배를 채울 수 있도록 명절이면 당신의 주먹만 한 만두를 만드셨다고.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수sort
공지 [이벤트] 사랑은 맛을 타고! imagefile 박미향 2011-11-18 63302
공지 [이벤트] 여러분의 밥 스토리를 기다립니다 - 밥알! 톡톡! - imagefile 박미향 2011-05-20 68528
181 (맛선물) 라면 죽 살구나무 2013-01-24 11689
180 <맛선물>8월 마지막 날의 와이키키 오프닝파티 woorin88 2012-08-16 11697
179 (맛선물)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엄마의 도너츠 omy99 2012-12-24 11708
178 <맛선물>푸짐한 시골 인심 맛 oyllks1966 2013-01-16 11714
177 엄마! 우리 거지같아 jayazzim 2012-04-13 11715
176 [맛 선물] 어른의 맛? gochu4 2013-03-05 11721
175 (사랑은 맛을타고 응모작) 미스테리한 검정색 스푸의 정체는? singasong33 2012-05-24 11722
174 김치밥과 벤츠 ms6445 2012-08-07 11736
173 간보기하다 간보낼뻔한 김치 kohs7600 2012-06-22 11741
172 아버지의 김치말이국수 file khje0826 2012-07-20 11744
171 <맛선물> 80점짜리 김치국 jyeon82 2013-01-02 11744
170 팥 칼국수의 추억 qkrgodtla 2012-06-08 11746
169 (사랑은 맛을 타고 응모작)"밥이 있는 곳에 인생이 있다" qaz1127 2012-05-14 11747
168 <사랑은 맛을 타고> "아버지 고기" pedori 2011-11-13 11759
167 "사랑은 맛을 타고"- 젊음의 허기와 새우젖의 달콤함 guyhwayaa 2012-06-21 11764
166 <사랑은 맛을 타고> 건강한 밥상으로 거듭나기! sozu20 2012-06-14 11767
165 <사랑은 맛을타고>밥은 어떻게 하지?^^ hamyr23 2012-06-09 11776
164 도시락 속의 꼬막무침 liver-pool 2013-01-11 11788
163 배추전 먹는 시간 irichmom 2013-01-25 11789
162 외할아버지의 특별한 레시피 lfamily23 2012-02-24 11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