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시골 인심이 좋다고 들 하지만 내가 아는 B언니 같이 인심 좋은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특히 음식 인심에 있어서 그렇다.
직장생활 지겨워 그만 두고 남편 따라 시골에서 시설 원예 하우스에서 일하며 시골 분들과 이웃하여 가깝게 지내게 되었다. 그 중에 친해진 B언니는 기본적으로 손이 큰 양반인데다 퍼 주는 걸 좋아해서 우리집 네 식구에겐 그 언니가 만드는 음식의 부스러기만 갖다 먹어도 차고 넘치는 수준이 되곤 한다. 최근 몇 년 간 가까이 지내며 보았던 그 언니의 음식 스타일은 스케일에 있어서 보통 사람들과는 개념이 달랐다. 처음엔 시골에선 다 이런 건가 보다 생각했지만 분명 그렇지 않았다.
봄이면 햇 김치로 담는 겉절이를 맛 좀 보라고 주는 것이 김치 냉장고용 김치 통으로 한 가득 이다. 열무 솎아서 담근 열무 물김치도 한 번 주었다 하면 한 통이다. 별미로 만들어 나눠 주는 반찬을 반찬 통이 아니라 김치 통에다 나눠 준다. 한 달은 먹을 수 있다.아마 보통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분량이리라.
여름에는 닭 백숙 요리를 한다고 하면 그 언니는 가마솥에 장작을 때서 하는 것은 물론이고 양에 있어서도 커다란 토종 닭을 열 두어 서너 마리를 끓이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곤 이 집 저 집 퍼주면서 돌아 오는 우리 몫이 두 마리 분량은 된다. 그럼 우리식구는 몇 일을 포식 한다. 가을이면 청국장, 겨울이면 두부, 도토리 묵을 직접 만들어서 나눠 주는 데 항상 눈 돌아 갈 만큼 많이 퍼 준다 . 그런데 감동인 것은 많은 양에서 오는 넉넉한 인심도 인심이지만 그 언니가 해 주는 음식들은 모두 다 귀한 토종 음식들이면서 정말 맛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밭에서 바로 갖다 쓰는 싱싱한 재료들과 넉넉한 인심에서 나오는 손 맛이 노하우일 것이다.
우리 식탁에는 항상 그 언니의 음식이 올라와 있곤 하는데, 가끔 난 속으로 뿌듯하게 웃으며 생각한다. 내가 전생에 나라를 구한 것이 분명하다고 …
그리고 B언니 곁을 벗어나지 않는 것이 이 복을 지키는 길이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