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선물> 엄마표 돼지불고기를 추억하다

조회수 10711 추천수 0 2012.11.28 17:55:17

 1990년대 이후 우리사회에 불기시작한 웰빙열풍을 지켜보며 이미 오래전부터 가난덕분에 지금의 시각으론 웰빙일수 밖에 없는 우리집 식탁을 자주 떠올리게 되었다.

 제사때 먹는 흰 쌀밥은 반찬이 없어도 달달하기까지 했을정도로 평소 먹는 밥은 쌀이 드문 잡곡밥이었고, 젊은 시절 해녀로 생계를 책임지셨던 어머니가 팔다 남은 오분자기, 소라, 문어, 어쩌다 걸려든 생선, 아니면 집텃밭에서 한고랑씩마다 소꼽놀이하듯 키워낸 각기 다른 채소들, 호박, 고구마, 감자등 지금으로 치면 건강한 먹거리들이었다.

 그러나 근 삼십년전전의 초등학생인 나로서는 늘 결핍을 느꼈던 밥상이었고 가족중 유독 일년에 서너번 먹을까 말까한 돼지고기에 대한 강렬한 집착이 있었다.  그 당시 시골에서는 여느집을 마다하고 대부분 가난하였고 일년에 명절 또는 잔칫날 등 특별한날 돼지를 잡는 풍습이 있었다.  불에 그을려 까만털이 보이는 돼지고기를 조금 얻어다 후라이팬에 볶아준 우리 엄마표 돼지불고기는 음식이전에 '행복' 아니면 '인생의 충만함' 이었다.  가끔 먹는 돼지불고기에 대해 별 불만이 없는 언니에 비해 나는 돼지불고기를 자주, 많이 먹고 싶었다.  돼지고기를 먹고 싶다고 졸라도 가난한 형편에 사줄수 없는 엄마에게 그럼 집에서 키우던 한 마리 뿐이 돼지를 잡아먹자고 졸랐다.  그 돼지는 새끼를 낳고 키운뒤 팔아서 우리집 생계는 물론 학비를 책임지던 호구지책이었다.

 이 철없는 막내딸이 얼마나 돼지고기가 먹고 싶었으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 하고 우리 엄마는 마음깨나 아프셨을 것이다.  자식입에 맛있는 음식 들어가는 것 만으로도 어머니들은 배부르고 뿌듯하지 않은가?  지금의 내가 우리아이들이 돼지고기를 먹고 싶어하는데도 형편상 사주지 못한다면 가슴이 찢어졌을 것이다.  이 불효는 시간이 많이 흘러 웃으며 회상하는 것으로 어느정도 상쇄되지 않았을까 한다. 결혼전까지만 해도 돼지고기를 너무 좋아해서 집에서 키우던 돼지를 잡아먹자고 했다는 어린시절을 엄마나, 언니가 다른이에게 말하는 것을 죽어라 창피해하고 싫어하던 나는 이제 내입으로 웃으며 말하고 다닌다.  심지어 남편은 "너는 참 통도 크다 나는 밭에서 서리 정도나 해먹었는데 어떻게 집에서 키우는 돼지를 잡아먹으려는 생각을 하냐" 며 웃는다.  나는 우리집이 찢어지게 가난한것, 식탐이 많은것, 철없음 등을 부끄러워하다 이제는 그 부끄러움을 뛰어넘어선 모양이다.  그래서 더 그리운 '엄마표 돼지 불고기'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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