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해 여름, 어머니는 냄비 한가득 붉은 음식을 볶아내셨다. 차마 범접조차 할 수 없던 그 음식은 바로 닭발. 일 년에 딱 한 번, 닭발 볶는 날이 되면 나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떻게 그런 걸 먹을 수 있냐”는 말만 반복했다. 차마 그 옆에 서는 것조차 불경스러운 일인 듯 닭발을 손질하는 엄마에게 멀찌감치 서서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아랑곳하지 않고 닭발을 정성스레 정리했다. 한평생 매니큐어조차 발라본 적 없는 엄마가 마치 매니큐어를 바르는 듯 조심스레 닭 발톱을 손질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저 흉악한 물건이 얼마나 맛있길래 저렇게 정성을 들이나 싶을 정도였다.
그렇게 집 안 가득 매콤한 냄새가 가득 찰 즈음, 이모들도 하나둘 거실에 자리를 잡고 일 년에 한 번 있을 만찬을 즐길 준비를 했다. 준비라고 해봤자 서로의 팔이 닿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거리를 두고 앉는 것뿐이지만 말이다. 그렇게 엄마 형제들의 만찬은 괴기영화의 한 장면처럼 붉은 닭발을 한 손에 들고 누구는 쪽쪽 양념을 빨고 누구는 아드득아드득 소리를 내며 닭발을 씹었다. 네 명의 여자들이 둘러앉아 까르륵 까르륵 웃으며 닭발을 뜯어먹는 모습을 구경하는 모습이 솔찬히 재밌었고 능숙하게 뼈를 발라내는 이모들의 솜씨만큼이나 끝없이 이어지던 수다도 내가 곁을 떠나지 않는 이유였다.
어느 해에는 닭발 먹기에 도전했는데 새초롬한 사촌언니가 결혼 후 닭발 모임에 처음 참여한 날이었다. 자주 보지는 않았어도 큰이모의 말을 통해 비린 것도 질색, 깔끔하기 그지없는 언니라는 이미지가 내게 깊게 남아있었고, 그런 언니가 먹는 음식이니 나도 먹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에서였다. 한 입 베어 문 순간, ‘아뿔싸, 내가 생각하던 그 맛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울며 겨자 먹기로 닭발 하나를 꾸역꾸역 힘겹게 먹었던 기억이다. 오만상을 찌푸린 내게 누군가 했던 말이 기억이 난다. “아직은 맛있을 때가 아니지.”
지금은 곧잘 닭발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며 그 말을 곱씹는다. 우두둑 한 입에 오늘 쌓인 스트레스를, 우두둑 또 한 입에 말 안 듣는 자식 걱정을 씹어 삼켰을 이모들. 그래서일까? 내겐 닭발은 어른의 맛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