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맛을타고>밥은 어떻게 하지?^^

조회수 10462 추천수 0 2012.06.09 23:38:57

밥은 어떻게 하지?^^

 

우여곡절 끝에 남편과 나는 1989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이브날 결혼을했다.

결혼기념일은 절대 잊지못한다 그날 눈까지 왔었다.

제주도 신혼여행에서 돌아와 부산에서 12월29일 서울양재동 신혼집에 밤늦게 도착해서는

바로 골아 떨어졌다.

담날 아침 눈부신햇살에 잠을 깻다. 둘다 자리에서 눈만 뜨고 가만히 누워있었다.

신랑-“니 밥 안하나?”

각시-“응 밥?”

각시-“어떻게 해?” “밥 안해 봤는데-_-;;”

신랑-(대략 난감)“헉 밥 한번 안해봤다고?”

갑자기 내머리가 ‘띵’하며 ‘아 아침에는 밥 이란걸 해야 되나부다’

그날은 남편이 한 진밥과 시어머니가 주신 김장김치로 밥을 먹었다.

참고로 나는 진밥을 싫어한다. 아예 꼬슬꼬슬한 꼬두밥이 더 좋다.

하지만 이밥 저밥 따질수가 없었다.

결혼전 엄마가 밥이며 반찬이며 해봐야 한다했지만 난 건성으로 흘려들었고 그런 것을 왜 해야 하냐며 까불고 다니기만 했다.

남편이 출근하고 난뒤 나는 10권짜리 요리전집을 한권씩 폈다.

뭔 전골이니 삼계탕이니 부각이니 넘 부담스러운 음식들^^;;

지금은 인터넷에 재료만 쳐도 뭘해야 하는지 친절하게 그림까지 나오지만 그 삼성출판사 요리책은 보기도 힘들었다. 간단하게 하나를 만들려해도 뭔 래시피 종류가 글케 많은지..

‘들기름으로 나물을 무쳐야 한다네‘ ’들기름이 없는데‘

난 래시피중 한 종류라도 없으면 못만드는거로 알고 포기했다.

된장찌개가 끓여지지가 않았다.

신랑-“이거 된장찌개가? 국이가?

찌개라하긴 국물이 넘 많고 국이라 하기엔 넘 짜단다.

근데 이상한건 근더기 빡빡한 된장찌개가 안된다는거다. 휴 답답

‘난 그동안 뭘 먹고 살았지??’

그땐 마트가 없어서 양재1동 재래시장으로 마을버스를 타고 장을 보러갔다

날씨도 넘추웠고 부산에서는 구경하기 힘든 눈이 얼마나 자주 내리는지 아침마다 하얀눈이 소복소복했다. 창밖으로 보는 하얀세상은 넘 아름다웠지만 버스타고 장보러 갈때는 넘 힘들었다. 푸른색 잎채소는 이름을 몰라 일일이 좌판 아즘마께 물어보고 어떻게 해먹냐고 물었다. 아즘마는 친절히 설명해주시지만 뭔말인지 빨리빨리 이해가 안되 머리만 까딱까딱

어쨌던 지금까지 살아있는거 보면 그때 뭔가는 만들어서 먹었다는거지^^;;

한번은 부산에서 서울로 출장온 오빠가 밤늦게 왔다. 담날 아침 난 새벽같이 일어나서 뚝딱뚝딱 시간과 정성 엄청들여서 아침상을 차렸다. 푸 훗 여러해 지나고 친정에서 온가족모여 식사하는데 오빠가 그때 일을 상기하며 “뭐 엄청 시끄럽던데 아침상에 콩나물만 있더라” 며 놀렸다. 이런 나의 신혼은 아이가 태어나고, 밥 안굶고 겨우 해먹고 있는데 아이까지 키우랴 이유식하랴 정신없이 하루하루가 흘러 흘렀다.

친정엄마가 두 살터울인 두 아이 모두 부산에서 산후조리해 주시고 또 서울까지 오셔서 또 돌봐 주신다고 막상 서울 몇 번 왔지만 구경은커녕 근처 공원도 못가고 집안일 도와주신다고 땀만 뻘뻘 흘리다가 가시곤 했다. 2003년 3월에 대설이 내려 고속도로가 난리가 난 해에 친정엄마가 쓰러지셔서 끝내는 왼쪽 반이 마비가 된 장애로 살고 계신다.

내가 부산에 가지않으면 엄마를 볼 수 없는 신세가 되셨다.

큰올케가 해외에 있을 때 난 아이들이 방학인 휴가철에 친정에가서 엄마와 며칠이라도 같이 지내곤 했다. 깔끔한 엄마위해 청소는 열심히 해드렸지만, 내집이 아니고 부산에는 집들이 고바위에 높게 있어 더워서 시장가기도 힘들고 맛난음식 해드리지도 못하고 엄마가 오히려 한손으로 애쓰며 땀 뻘뻘. 멀리사는 작은딸에게 한손으로라도 맛난 것 해주고 싶어 가만히 있질 못하셨다. 그후 지금까지 나는 매해 김장도 담았다. 첨엔 저장요리부분에 나오는 책을보고 해봤고 요즘도 대략 하는 것은 알지만 인터넷을 뒤져 좀더 맛있게 하는 방법이 있을까해서 좀 괜찮다싶은 레시피를 응용하고 없는재료들은 다른 재료로 대체해서 하기도 한다. 멸치에 땅콩을 넣어 조림을 했더니 큰애는 땅콩만 골라먹고 작은애는 멸치만 먹고^^

이후엔 조림음식마다 땅콩이나 잣 또는 호두 등을 넣고, 콩나물에 청량고추 양념한북어포넣고 당근 양파 마늘넣고 멸치육수 살짝 부어 뚜껑연체 끊인후 달걀1개 탁 하면 시원하고 매콤한 맑은 콩나물 해장국이 되고, 여기에 양념한 아귀를 넣으면 포슬포슬 소화잘되는 부드러운 아귀탕, 돼지고기 고추장복음에도 땅콩을 넣고, 맛있는 음식에 탄성을 지르며 나자신이 넘 행복해진다. 남편은 연신 “당신이 만든건 다 맛있어” 하며 얼마나 잘 먹는지^^~

‘이것 엄마드리고싶은데’ ‘이것 엄마가 좋아하는건데’ 하는 아쉬움에 엄마생각이 간절하고~

나이먹어 시집왔는데 넘 음식도 못하고 안먹는것도 많고 밥도 깨작깨작 먹어 약해빠졌다고 늘 걱정하시는 울 시엄니 요즘도 전화드리면 “들깨는 갈아서 감자넣고 이렇게 저렇게 해먹고 간장은 안떨어졌냐 된장은 담아놨는데 와서 가져가라. 올해 고추장은 못담았으니 사먹어야지. 파는고추장도 요즘은 맛있다 고춧가루 얼마나 필요하냐” 솥뚜껑23년째 며눌이 멀리살아서 아들내미 잘 얻어먹고 있는지 늘 걱정이신 울 시엄니^^~

손큰맏며눌 울형님 명절이나 제사전 미꾸라지를 직접 잡아서 삶아서 얼려놓았다가 가족들이 모이는때 시원하고 얼큰한 추어탕을 한 솥 끓여놓으신다. 제피라는 똑 쏘는 가루를 넣어서 한그릇 먹으면 얼마나 맛있고 그맘이 감사한지~ 첨에는 한수저도 먹지못했다 언젠가부터 그 톡쏘는 제피맛이 좋아서 식당에서 먹는 남원추어탕 제피맛이 안난다고 제피가루 가지고 다니면서 타먹어야겠다고 남편에게 종알거렸다. 뭐든 척척 뚝딱뚝딱 잘하시는게 넘 부러운 울 형님! 부추전을 얼마나 가지런하고 얇게 잘부치는지 그 손맵시는 울 시엄니가 인정하는 부추전의 달인 울 동서! 시댁가면 난 설것이의 달인^^;;

먹고산다는 것은 단순히 먹어서 살기위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만들고 사랑을 먹는다는 것이 아닐까? 싱싱한 봄나물 향긋한 오이 미나리 깻잎 향들은 음식만드는날 행복하게 만든다.

마트에 알타리가 눈에 확들어오면 ‘록이가 좋아하니가 총각김치 담아야지’ 하고 카트에 담는다. 현이는 땅콩을 좋아하니까 땅콩이 항상 떨어지지않게 사서 조림때마다 넣고 삼계탕국물에 갈아서 넣는다. 현이는 지금 국방의무중이지만 난 항상 멸치조림에는 땅콩을 넣는다.

식성좋게 큰입으로 연신 “야 진짜 괜찮은데!”“당신이 한거는 다맛있어” 하며 배가 포대자루가 되도록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을 생각하며 나는 오늘도 무치고 부치고 끊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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