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김장
올해도 어김없이 추운 겨울이 오고 김장철이 되었다.
주부로 열 번이상의 겨울을 보냈지만 창피하게도 난 아직 김장김치를 담가 보지 못했다.
새댁일땐 직장에 다녀서 어머니가 보내주신 김장김치를 받아야 했고 아이가 생겼을땐 어린 손주 핑계로 김장을 돕지 못했다.
우리 시부모님은 전라도에 사신다.
그래서 김치맛 역시 전라도 특유의 맛이 있다.
스무가지가 넘는 재료에 직접 밭에서 키우신 배추와 무로 정성들여 해마다 김장을 담으신다.
시집오기 전에는 익은 김치 아니면 손도 대지 않던 내가 시어머니의 김치를 먹어 보고 갓 담은 김치의 맛을 알았다. 신선한 야채와 현지 재료들, 3년 묵은 젓갈로 버무려진 김치는 다른 반찬 필요없이 하나만 두고 하얀 쌀밥에 쭉 찢어 먹으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그런데 몇해전부터 애아빠가 아이도 자랐고 직접 가서 배우라고 등을 떠밀고 있다.
그렇게 맛있는 김치를 더 늦기 전에 배우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긴 한데 왠지 섭섭함도 느낀다.
이왕이면 함께 가서 힘들어도 같이 김장을 하면 더 좋을텐데 혼자 다녀오라는게 왠지.....
내가 못되서 그런가?
나 역시 한해한해 나이 드시는 부모님을 보면서 언제까지 받아 먹을수는 없다고 생각이 든다. 그런데 막상 날짜를 잡고 김장한다는 말이 떨어지면 어떻게든 피하고싶은 못된 요 며느리 마음을 어쩌랴.
생각해보면 작년에도 김치를 받고 내년엔 꼭 같이 담아야지 마음먹었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난 겁쟁이가 되어 뒤로 숨었다.
하지만 추운 날씨에 힘들게 고생하시는 부모님을 생각해서라도 내년에는 꼭 함께해서 어머니의 손맛을 조금이나마 배우고 도와드려야겠다.
또 언젠가는 이 철없는 며느리가 어머니께 받은 사랑을 맛있는 김치로 보답해드리고 싶다.
어머님,아버님, 앞으로 김장 열심히 배워서 제가 어머니 손맛을 낼때까지 건강하게 계셔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