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 헉! 소리났던 미역국입니다.
결혼하고 처음으로 남편에게 받아보았던 생일 미역국이였건만...
사실 며칠 전부터 노래노래 불렀습니다.
손수 미역국을 끓여달라!
전날 저녁, 부엌을 왔다갔다 하던 남편.
쪼르르 밖으로 나갑니다.
옳거니, 미역도 없겠다... 시장보러 가는 것이렸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습니다!
내가 너에게 미역국을 다 얻어 먹는구나!
다음날 아침...
알람을 아주 요란스럽게, 보란듯이 끄고 부엌으로 나가는 남편.
분주하게 이리저리 움직입니다.
얼마나 지났을까?
드디어 외칩니다.
"다 됐다! 밥먹자!!"
나가보니, 나름 정갈하게 차려져 있는 아침 밥상.
미역국도 보입니다.
숟가락을 담그는데...
좀 이상합니다. 아니 많이 이상합니다.
숟가락에 묻어나는 기름막.
냄새도 이상야릇하고.
먹기도 그렇고 안먹기도 그런 이른바 '대략난감'인 상태가 몇 초간 계속되고.
그런데, 갑자기 뭔가가 생각난 듯 어디론가 전화를 거는 남편.
"여보세요? 엄마! 냉장고에 있던 고기 소고기지? ... 아니야? ... 알았어..."
그렇습니다.
남편은 돼지고기로 미역국을 끓였습니다.
마트를 가는데 갑자기 배가 아파 집엘 들렀고,
냉장고를 보니 마침 소고기로 보이는 고기도 있고 미역도 보이길래 슬쩍 담아 왔다네요.
돼지고기와 미역을 참기름에 달달달 볶아 끓인 미역국.
맛과 향이 어떨지 정말 궁금하지 않나요?
차마 입에 댈 수도 없었던 미역국이었는데...
난감한 표정도 잠시 되려 큰소리치는 남편.
성의를 무시한다며...
맛있게 먹어줘야 다음에 또 해줘야지... 하는 마음이 드는데 이건 뭐.
다시는 안끓여준답니다.
참나, 어이없죠? 무슨 말을 하겠냐구요.
그 사건 이후로...
생일이 다가오면 남편 아주 느끼하게 말하곤 합니다.
"돼지고기 미역국 먹고 싶지 않아?"
결국 남편이 이겼습니다.
줸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