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씩 주말에 집에 계시는 아빠가 부엌에 가서 요리해주는 날이 기다려질 때 있자나요?

동생과 쪼르르 달려가 호기심 가득 턱을 괴고 식탁에 앉아 왠지 영양가득한 음식은 아닐 것 같지만 그동안의 엄마의 잔소리에 반항하듯, 셋이서 몰래 키득키득 배신하는 듯한 유치하고도 통쾌함마저 드는 요리를 기다리던 그 때! 캠핑과 술을 사랑하셨던 아빠는 동생과 저를 위해 치즈 김말이, 꽁치구이, 피라미튀김 등 중년의 남자의 고독함이 물씬 베인 안주거리를 맛보게 해주셨죠. 그때 어린 저에게는 신기한 요리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알고보니 안주거리였지만요!지금은 아주 멀리 우리가족을 떠나 이제는 아빠가 해준 요리를 기대할수도, 맛볼수도 없지만 특히 추적추적 비오는 오늘 같은 날 아빠가 해주던 조개양념구이가 생각나네요.

싱싱한 조개를 사오셔서 하얀 조개속살을 다지고, 피망, 양파, 대파 등 각종 채소도 다진 후 고추장, 고춧가루, 청양고추 등이 들어간 매콤 칼칼한 아빠의 비밀의 양념장을 준비하셨죠. 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조개를 넣고 볶아주면 육즙이 보글보글 끓어오르고 준비한 양념과 다진 조개 속살을 넣어 맛이 진하게 베어들도록 익혀준 다음, 새까맣게 양념장에 의해 탄 조개껍질을 흰 목장갑을 쓰고 호호 불면서 아빠와 남동생과 먹었죠. 가끔은 엄마한테 잔소리 실컷 들을 각오하고 석쇠까지 구해오셔서 조개구이 맛이 배배배!로 되기도 했었죠. 자연의 울창한 숲과 계곡의 서늘한 바람과 바다소리가 바로 곁에서 들리는 듯 한 기분마저 들었죠. 어쩌면 회사생활에서 지친 아빠가 단조롭고 갑갑한 일상을 벗어나 여유와 위안이 되어줄 수 있는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반영된 요리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이제는 저도 어엿한 20대중반이 되니 갑갑했던 아빠의 가슴 깊이 묵은 그 마음이 이해가 되네요. 아빠가 해준 양념장의 비밀을 알지못한 채 왜 그리 소주를 즐겼었던지 그 이유를 다 듣지 못한 채 아빠는 그리 빨리 외로이 우리 곁을 떠났지만 아빠도 그리 훌쩍 떠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네요. 그리 좋아하던 조개 양념구이와 소주가, 그리고 우리가 이 지구밖에 없을테니까

이제는 저도 같이 소주를 기울일 수 있는 나이가 되고 남자친구에게  진하고 칼칼한, 가슴을 파고드는 매운 고달픈 남자의 삶이 반영된 이 요리를 통해 위로해주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때 아빠에게 다하지 못했던 그 위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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