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댐건설로 인해 수몰지구로 되어버린 우리이모집은 뒤란은 산이요 집 바로앞에는 개울가로 사시사철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었다. 학창시절 방학만 되면 우린 곧잘 이모집으로 가서 며칠씩 뒹굴다 오곤했다.
1980년대의 산골마을은 아이들군것질거리가 귀하던 곳이라 이모는 우리들이 가면 팥죽이나 밀개떡같은 걸 해주셨다. 어느해인가 정월의 세찬 바람이 불던 날, 먹성좋은 우리들을 위해 이모는 야식으로 빵이라곤 하기엔 이상하면서도 약간 큼큼한 냄새가 나는 밀가루빵을 해주셨는데 밥먹고 되돌아서기가 무섭게 다시 배가 고프던 한창때인지라 우적우적 맛나게도 먹어댔다.
그런데 한시간쯤이나 지났을까 갑자기 얼굴이 화끈 달아오르면서 속이 마구 뒤틀리는게 아닌가. 이유도 모른채 속에 든 걸 몇번이나 게워낸뒤에서야 축 처져버린 내게 이모는 너 술빵에 취해버렸구나하시면서 너무나도 미안해하셨다. 말씀을 미리 해주셨다한들 어찌했겠는가 큼큼하면서도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드는 오묘한 빵맛이었는데...
요즘 술빵이라고 판매하는 걸 먹어보면 우리이모가 해주신 그맛은 결코 찾아볼 수 없다. 하긴 이모가 해주신걸 먹는다면 그 빵맛에 거의 모든사람이 취해버릴테니ㅋㅋ
감사합니다^^ - 광주, 채현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