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봄마다 여지없이 남편과 나는 배낭가방을 메고 식칼을 들고
무조건 들로 나선다. 도회지를 벗어나 들로 산으로 드나들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면서 무언가를 찾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른다.
발 빠른 남편을 뒤쫓아 가다보면 큰 널빤지나 나뭇잎이 덮여 있는 곳을
발길질하면 새파란 새싹들이 뾰쪽뾰쪽 고개를 짓누르고 버티고 서있다.
여지없이 남편의 손길질에 뿌리 채 뽑혀 나온 냉이들이 어느새 한 웅큼씩
잡혀 온다. “캬~ 신기하다 당신은 우째 그런걸 잘도 찾아요~? 내 눈에는
코딱지 하나 안 보이는데” 너무나 신기하여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렇게 한나절 돌아다니다 보면 어느새 배낭은 잔뜩 배부르게 꽉 채워지는데
배 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난다. 남편과 나는 들에 세워진 과수원 천막에
앉아 배낭을 쏟아 붇는다. 아직 봄볕에 채 그을리기도 전에 흙 뿌리 채 자수하듯
발가벗겨져 뽑혀진 하얀 뿌리의 냉이들과 논두렁의 돌미나리, 텃밭에 심겨진
달래나물과 마늘 쪽 몇 뿌리, 아직 덜 자란 솜털이 붙은 작은 쑥들을 정리하면서
싸온 김밥과 따끈한 커피 한잔으로 배를 축인다.
흙 내음 물씬 풍기는 봄나물들을 배낭에 넣고 집으로 향했다. 집으로 오는도중 남편의 지긋한 잔소리 향기는 멈출 줄 모른다. “냉이는 말이야~ 긴 추위를 이기고 가장 먼저 나오는 채소인 만큼 환절기 봄날에는 입맛을 살리기 때문에
필히 먹어야 해~” 남편의 얘기를 듣다보니 어느새 집에 도착하였다.
남편은 손수 냉이들을 깨끗이 씻어 튀김옷을 입히고 기름이 통통 튀는
프라이팬에 한 뿌리씩 넣어 황금빛 옷을 입힌다.
“야~ 빛깔도 곱고 향기도 그윽하다~”
냉이튀김 향기에 딸들이 극성을 부리고 나온다.
“이야~ 우리아빠 냉이튀김 진짜 끝내준다~!
할머니도 냉이튀김 자주 해주셨는데...”
그 말을 들으니 나도 신혼 시절이 생각 났다.
큰 아이를 낳고 시어머님과 함께 강원도 인제에서 7년을 살았었다.
봄이면 봄마다 산에 올라가 고사리를 꺾어 한 보따리씩 머리에 이고 오시던
시어머님... 고사리 뿐만이 아니라 취나물과 곰치 나물을 뜯어와 삶아서
앞마당에 널고 입맛이 없을 때마다 나물무침을 맛있게 해주셨던 어머니셨다.
그때도 남편은 어머니를 도와 냉이 튀김을 만들어 이웃집과 나누어 먹으며
봄을 맞이하곤 했었다. 봄나물을 보면 유난히 주름살진 어머님의 얼굴이그립다.
아마 하늘에 계신 우리 어머니도 아들의 냉이튀김 향기를 맡으셨을 것이다.
지난겨울은 유난히 눈도 많이 내리고 추웠다.
아직 눈덩이가 덕지덕지 웅크리고 구석에 박혀있다.
엊그제도 산길을 따라 올라 갔지만 아직 꽃샘바람이 매서워 냉이를 찾다
그냥 돌아왔다. 날씨가 좀 풀리면 남편과 함께 냉이를 캐러 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