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식탁] 호박국
단맛 나기 때문에 다른 국보다 소금 적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 왔네?"
우리가 뜻밖에 좋은 물건을 얻거나 행운을 잡았을 때 흔히 하는 말이다. 왜 하필 호박일까? 호박은 껍질부터 씨까지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식재료다.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 흘러들어온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애호박, 늙은 호박, 단호박 등 여러 종류가 있다.
껍질은 잘 말려 차로도 마시고 그 내용물은 푹푹 쪄서 죽이나 전 등을 만들어 먹는다. 그 씨는 볶아서 과자처럼 씹어 먹기도 하는데 두뇌개발에 좋은 레시틴과 필수아미노산이 들어 있다. 또 병충해가 적고 어디서나 잘 자라는 식물이다.
우리네 식탁에 단연코 많이 오르는 것은 애호박이다. 하지만 10월에는 늙은 호박이 단연 인기다. 애호박을 따지 않고 두면 늙은 호박이 되는데 지금이 제철이다.
늙은 호박에선 고향의 냄새가 물씬 풍긴다. 어린시절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간 시골에선 높은 담벼락 아래 둥글둥글한 호박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었다. 늙은 호박의 노란색은 천연색소인 카로티노이드화합물이 많아서다. 비타민 B1과 C도 풍부해서 영양만점이다.
호박은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는 것'이 아니라 당분이 증가한다. 이 달콤한 성질은 소화흡수를 돕기 때문에 위장이 약한 사람에게 좋다. 식이섬유도 많아 배변과 다이어트에도 효과가 있다. 특히 출산한 여성의 부기를 빼는 데는 호박만한 것이 없다. 놀라운 이뇨작용 때문이다. 중풍예방, 항암효과도 있다고 알려져 있다. 서양 동화에 나오는 신데렐라의 마차도 호박마차였다. 서양에서도 호박은 행운의 상징이었나 보다.
아주 간단한 호박국을 끓여보자. 호박은 단맛이 나기 때문에 다른 국보다 소금을 적게 넣는다. 맛이 어떨까? 오래된 친구처럼 구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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