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덴의 식탁] 삼색 양파 초절임
피라미드 일꾼에 먹인 성스러운 먹을거리
식욕부진·불안·불면 등 없애는 데도 효과
이집트의 피라미드만큼 신비한 건축물이 또 있을까? 나아가 그 피라미드가 양파 때문에 완성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믿어지는가! 기원전 3000년 경으로 추정되는 이집트 분묘의 벽화에는 위정자들이 피라미드를 쌓는 일꾼들에게 양파를 먹였다는 기록이 있다. 당시 은전을 주고 구입할 정도로 귀하고 성스러운 먹을거리였던 양파는 영양만점에 식재료였다.
양파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지구상 어떤 요리에도 등장하는 식재료이자 변신의 귀재이다. 날것으로 먹으면 이가 시릴 정도로 매운 맛이, 찌거나 볶으면 달콤한 단맛으로 변한다.
엄마의 강요(?)로 양파를 까면서 어린시절 울보가 된 경험이 누구나 있다. 양파를 깔 때 양파조직이 파괴되면서 생성되는 효소가 휘발성 물질을 생성하고 그것이 독특한 향을 내는데, 바로 그것 때문이다. 이 냄새는 찌거나 볶으면 바로 사라진다. 방부효과와 음식의 나쁜 냄새를 제거하는 역할을 한다.
양파는 비타민 B1을 활성화해서 식욕부진, 불안, 초조, 불면 등을 없애는 데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다. 시험을 앞두고 마음이 초조한 수험생에게 좋은 영양제가 된다. 강력한 항균, 항산화, 중금속 제거효과 등도 있다. 숙취에는 양파즙이 최고라는 둥, 심한 치통에는 간 양파를 뺨에 붙이면 최고라는 둥, 복통이나 설사에는 볶은 양파가루가 좋다는 둥, 민간요법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양파는 이렇게 먹을거리로서 사랑을 받기도 했지만 신비한 마력이 있는 물건으로도 취급되기도 했다. 유럽에서는 성 토마스절에 껍질 벗긴 양파를 손수건에 싸서 베게 밑에 넣고 주문을 외우고 자면 미래의 남편이 보인다는 민간 신앙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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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일러스트 김은정 기자
도움말 주나미(숙명여자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 요리 자채만(선재사찰음식연구소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