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of Articles

‘킬리만자로 눈’도 녹일 맛, 마음에 봄이 왔다

  • 박미향
  • | 2010.03.03

꿩냉면집 비릿한 육수-갖은 고명 ‘합창’ 평안도 맛 6·25 때도, 남편 사망 때도 생계의 ‘젖줄’ 와수리(강원도 철월군 서면)로 향하는 버스는 스산하다. 차갑게 식은 차창과 휙휙 지나가는 앙상한 가지들은 추운 마음을 더 오그라들게 한다. 봄은 아직도 너무 먼 곳에 있어 보인다. 버스가 퉁퉁 도로위에서 튕길 때마다 마음 속에 있는 응어리들도 하나 둘 튀어 오른다. ‘좀...

쓴맛? 단맛? 신맛? 물음표만 한입 가득

  • 박미향
  • | 2010.03.02

안동 김씨 보백당 종가 메국수나물비빔밥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한 맛, 먹고나니 뿌듯 넉넉한 인심 담은 떡은 두툼하고 쫄깃쫄깃 이것이 무슨 맛일까? 맛이라는 것이 있긴 한 건가? 쓴맛? 단맛? 신맛? 어느 한 가지 맛이 툭 튀어나오지 않는다. 먹을수록 머리속에 물음표가 늘어난다. 냉면 사발만한 그릇 한가득 있는 밥알과 나물들, 국수 가락이 수저와 함께 한참을 놀더니...

‘보들보들’ 반숙란에 잣즙, 고소한 바다가 입안에

  • 박미향
  • | 2010.02.16

서애 류성룡 종가 수란채 엘리자베스 2세 여왕도, 노무현 전 대통령도 반한 맛 산신이 조화 부렸나, 신듯 단듯 쓴듯 ‘오묘한’ 가양주 “우리 어머니, 최고 솜씨요? 수란채죠! 수란채”, “우리 형님이요, 뭐 다 잘하세요. 그 중에서 수란채, 불고기, 모시송편 다 맛나죠!” 딸과 동서들이 한결 같은 소리를 한다. 서애 류성룡 선생의 14대 종손 류영하(85)씨의 생신축하자리에...

맛도 모양도 예술, ‘아바타’ 담은 두부선

  • 박미향
  • | 2010.02.02

강릉 선교장 종가 두부선 부드러운 속살에 쫄깃한 쇠·닭고기·버섯 콕콕 통째 양념해 구운 닭다리 전체수는 ‘발레리나’ 깔깔깔깔, 호호호호,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하얀 눈이 지붕과 소나무 가지마다 걸린 조용한 한옥 앞에서 사람들이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누르면서 바쁜 걸음이다. 한겨울인데도 ‘강릉 선교장’은 사람들로 북적인다. 강릉을 여행지로 정한 이들이라면 이...

지아비 살린 정성 보글보글 끓인 팥잎국 일품

  • 박미향
  • | 2010.01.19

<3> 안동 장씨 경당 종가 안동국시 가락은 신문지에 놓으면 글자가 훤해 동동주는 술같지 않은 술…한과는 미술품 경지 소란스럽다. 달그락 달그락. 5평도 안 되는 작은 부엌에 아낙네들이 5명이나 모여 있다. 쪼그리고 앉은 폼이 천상 요가하는 인도인이다. 한복을 곱게 여며 입은 아낙도 있다. 대장이다. “고기 한동가리 가죠 온나”, “김은 어찔까”, “계름하겨 달라고.” ...

벙어리찰떡 ‘한입’, 찰진 맛에 말을 잃다

  • 박미향
  • | 2010.01.18

안동 벙어리찰떡 ‘농아’ 아들 때문에 이름붙어…3대째 이은 가업 일제 때 생이별, ‘그리움’ 맷돌로 갈고 방망이질 떡에 무슨 사연이 있길래 ‘벙어리’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1920년대 일제강점기 안동에는 ‘벙어리찰떡’이라고 불리는 떡이 있었다. 찰떡을 만든 이는 김노미 할머니(1894~1978년)였다. 할머니가 집에서 우연히 찰떡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 맛이 좋아 동네사람들에...

분홍빛 국물 반동치미, 청량한 하늘이 ‘아삭’

  • 박미향
  • | 2010.01.05

<2> 밀양 박씨 나주종가 ‘반’은 모자람이 아니라 채울 수 있는 넉넉함 숯불 생선 양념구이 고서적맛…나눔도 예술 “요것이 뭐시당가! 희한하게 생겼구만이라! 동치미는 동치민디, 우째 반토막이여! 쬐깐한 게 애기들 맹크롬 생겼구만!”‘밀양 박씨 나주 종가’의 종부 임묘숙(83) 선생이 대청마루에 동치미를 내놓자 이 댁을 찾은 이들이 한마디씩 한다. 임씨가 “이거이, 반동치미...

태평스런 묵이 끼어들어 특별한 김치찌개

  • 박미향
  • | 2009.12.31

안동 ‘까치묵’집 ‘태평초’  김치-돼지고기 볶아 눈물 한방울 섞어 ‘자박자박’ 거칠지만 포근한 할머니 정에 뜨끈한 ‘아랫목 맛’ 멸치와 다시마로 우린 육수에 새빨간 김치를 넣은 김치찌개가 맛있을까? 아니면 비계가 넉넉하게 붙은 돼지고기를 왕창 넣고 끓인 김치찌개가 맛있을까? 담백한 맛과 얼큰한 맛의 대결이다. 사람들마다 의견이 분분하다.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 ...

330년전 주방 비법 그득, 장금이 보물창고

  • 박미향
  • | 2009.12.22

<1> 재령 이씨 이시명 종가 <음식디미방> 최초 한글 음식조리서로 146가지 비법 ‘꼼꼼’ 저칼로리 건강식…‘원형’ 잡채와 느르미 별미 쿵쾅, 쿠르르, 크고 작은 돌들이 굴러 떨어진다. 코끼리 무리가 달려드는 듯하다. 잘 생긴 인디아나 존스(해리슨 포드) 박사가 펄쩍 뛴다. 가파른 절벽을 내달린다. 성궤가 눈앞에 있는데! 영화 ‘레이더스: 잃어버린 성궤를 찾아서’(1981)의 한...

붉은 정열 살풋 저며 들꽃처럼 은은한 풍미

  • 박미향
  • | 2009.12.17

에스파냐 식당 <미 마드레> 미쳐서 옷쟁이 하다 미쳐서 스페인 요리 유학 하숙집 ‘가정식’까지 배워 아담하고 소박하게 크리스마스가 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빨간옷을 입은 뚱뚱한 할아버지, 산타클로스가 아닐까! 후덕한 웃음을 뿌리며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눠주는 착한 할아버지. 산타클로스 때문에 성탄절은 선물을 주고받는 축제가 되었는지 모른다. 이 뚱보 할아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