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인상은 야수, 사귀어보면 미녀

박미향 2009.07.06
조회수 6704 추천수 0
버섯조림·감자파프리카조림
씹을수록 맛이 나는 음식 ‘조림’의 세계
몸에 좋은 버섯·감자, 파프리카의 변신
 
 
Untitled-1 copy.jpg사람을 만나고 뒤돌아서면 그 사람의 ‘첫인상’을 곱씹게 마련이다. 뻔뻔하게도 내 첫인상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는다. ‘너무 무지막지하게 생겼는데, 냉정할 것 같아’ ‘너무 귀엽다. 같이 일하면 재미있을 것 같아’ 등등. 그 잔상이 꽤 오래 남는다. 그러나 첫인상이 다가 아니다. 하루 이틀 지날수록 마음을 뒤흔들었던 두려운 인상이 옅어지고,  ‘미녀와 야수’의 야수인 것을 알게 되면 애정이 깊어진다.
 
요리 중에서 조림요리가 이런 첫인상을 가지고 있다. 조림요리는 짜고 매운 양념으로 조렸기 때문에 첫인상이 무지막지하다. 보기만 해도 겁날 정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고등어조림 안에 들어가는 무는 냄비에 들어가는 순간 검은 피부로 변신한다. 하지만 몇 젓가락 집어먹다 보면 우리 식탁에서 반드시 필요한 음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 보관하면서도 맛있는 풍미를 유지하는 비법이다. 그래서 쇠고기 장조림처럼 오래 보관하면서 먹는 조림요리는 간을 세게 한다. 보통 흰살 생선은 간장으로 조리고, 붉은살 생선이나 비린내가 많이 나는 생선들은 고춧가루나 고추장으로 조린다.
 
몸에 좋은 버섯과 감자, 파프리카로 조림요리를 해봤다. 버섯은 참 좋은 식재료다. 각종 영양소가 가득하다. 그 독특한 향미와 맛은 미식가들의 입을 사로잡는다. 그리스 로마사람들은 ‘신이 주신 음식’이라고 극찬을 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는 신라 성덕왕 때부터 재배한 기록이 있다.
 
감자는 버섯만큼 귀한 식재료는 아니지만 친구 같은 식재료이다. 구하기 쉽기 때문이다. 감자는 우수한 탄수화물을 함유하고 있고 소화가 잘된다. 감자 안에 있는 비타민C는 환원력(산화물을 환원하게 할 수 있는 힘)이 뛰어나서 자외선을 받아 피부가 변색되는 것을 막아 준다고 알려져 있다. 버섯과 감자를 이용한 두 가지 요리는 반찬으로 더 없이 훌륭하다.
 

Untitled-4 copy.jpg◎  버섯조림
 
재료ㅣ 새송이버섯 100g, 양송이버섯 100g, 느타리버섯 150g, 팽이버섯 100g
양념ㅣ 간장 3큰술, 맛술 2큰술, 설탕 1큰술, 통깨 1작은술(혹은 땅콩가루)
 
1. 느타리버섯과 팽이버섯을 결대로 찢고 양송이버섯은 4등분한다. 새송이버섯도 먹기 좋은 크기로 자른다.
2. 프라이팬에 양념을 넣고 1을 반만 넣는다. 중간 불에 2분30초 끓인다.
3. 프라이팬 안에 버섯에서 물이 나오기 시작하면 나머지 반을 넣는다.
4. 3분 이상 끓이면서 졸인다. 버섯 자체 맛을 즐기려면 시간을 짧게, 양념이 충분히 스며들게 하려면 시간을 늘린다.
5. 통깨를 뿌리고 먹는다. 통깨 대신 땅콩을 뿌려도 된다.
 
◎ 감자파프리카조림

 
재료ㅣ감자 2개, 노란 파프리카 1개, 빨간 파프리카 1개
양념ㅣ참기름 1과1/2작은술, 다진 마늘 2작은술(혹은 으깬 땅콩 3큰술), 간장 2와1/2큰술
 
1. 감자를 2등분하고 난후 그것을 0.5cm로 크기로 자른다.
2. 파프리카는 씨를 빼고 길게 자른다.
3. 감자를 뜨거운 불에 기름을 넣고 2분 튀긴다.
4. 파프리카는 3분 튀긴다. 30초 더 튀겨도 된다. 노릇노릇한 색이 조금 생길 때까지.
5. 프라이팬에 참기름과 다진 마늘, 간장을 넣고 약한 불에 3분 정도 끓인다.
6. 불을 끄고 3과 4를 넣고 버무린다.
 
Untitled-2 copy 3.jpg

 
글·사진·요리 박미향 <한겨레 맛담당> 기자 mh@hani.co.kr, 참고서적 : <감칠맛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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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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