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할매추어탕
맑은 국물로 개운한 맛 내는 경상도식
6가지 넘는 반찬엔 넉넉한 인심 담뿍

낙동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그림처럼 펼쳐진다. 네모진 평상은 시골 할머니 집 너른 대청마루 같다. 귓가에는 강바람이 솔솔 불고 입가에는 추어탕의 뜨끈한 김이 피어오른다. 김해시 상동면 매리에 있는 <할매추어탕>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강을 끼고 있는 그저 그런 위치에 있는데다 메뉴도 흔한 미꾸라지와 메기다.
하지만 추어탕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ㄴ추어탕’이니 ‘ㅇ추어탕’이니 하는 서울의 유명 추어탕 집과 비교해볼 때 가장 큰 차이는 맑은 국물이다. 솜털 같은 미꾸라지 살들이 맑은 국물에 동동 떠서 수영한다. 얼큰하거나 맵지도 않다. 부산이 고향인 주인 최복인(61)씨는 30년째 이런 추어탕을 만들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했던 어머니 옆에서 손맛을 배웠다. 지금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약 7년 전이다. 몸이 좋지 않은 남편 때문에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들어왔다.
소쿠리에 담아 으깬 후 뼈는 버리고 살만 사용

간장과 된장은 직접 담그고 추어탕 재료로는 국내산 새끼 미꾸라지를 쓴다.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그는 미꾸라지를 잘 삶아서 소쿠리에 담아 으깬 후에 뼈는 버리고 살로만 추어탕을 만든다. 탕에 쓰는 물은 이 지역 지하수다. 뜨끈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 이유다. 최씨는 나무로 불을 지핀 가마솥에서 끓인다. 만드는 법도 평범해 보인다. 이 집 추어탕의 포인트는 최씨의 넉넉한 인심과 순박한 마음씀씀이에 있다. 반찬이 6가지 넘게 나오는데 그 맛이 투박하고 정감이 있다. 시골 아낙네의 손맛이다.
추어탕은 초가을이 제맛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꾸라지를 추어(秋魚)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늦가을 미꾸라지는 겨울철 동면을 앞두고 살이 통통하고 지방이 많아 맛있다. 하지만 요즘은 자연산이 거의 사라지고 양식을 하기 때문에 4계절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추어탕용 미꾸라지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두 종류가 있는데 합쳐 ‘미꾸라지’라고 부른다. ‘미꾸리’는 ‘밑이 구리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미꾸라지의 밑이 구린 이유는 뭘까? 미꾸라지는 아가미가 발달하지 않아 창자벽에 있는 실핏줄로 호흡한다. 창자호흡으로 아가미호흡을 돕는 것이다. 이때 창자로 마신 공기가 항문에서 방귀처럼 뽀글뽀글 올라오는 모습을 ‘밑이 구리다’는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전라도식은 들깨, 서울식은 사골국물이 특징

추어탕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예전에 논과 늪, 도랑에서 잡아 여름철 농사에 지친 농부들이 먹었다. 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할매추어탕>은 경상도식이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고 고사리, 숙주나물, 시래기, 된장 등을 넣고 끓인다. 나중에 홍고추와 풋고추를 넣어 조금 더 끓이다가 먹을 때 초핏가루(산초)를 넣는다. 전라도는 경상도식과 비슷하지만 들깨와 된장 등을 더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서울이나 경기도는 곱창이나 사골을 삶아낸 국물에 통째로 미꾸라지를 삶고 고춧가루 등을 풀어 맵게 만든다.
지난 2008년 10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동의 산딸기농장 ‘산애딸기닷컴’을 찾았다가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연락도 안하시고 왔습니다. 갑자기 와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깜짝 놀랐지요.” 최씨는 평범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추어탕을 내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커다란 사진으로 남겼다. 그 사진은 평상 한 쪽 기둥에 걸려 있다. “한때는 이 사진을 떼놓은 적도 있죠. 사람들이 어찌나 이 소리 저 소리를 많이 하던지….” 최씨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놀라 걸어가다 넘어져서 한동안 꼼짝을 못했다”고 한다. 요즘은 사진을 보고 ‘이 소리 저 소리’하는 사람은 없단다. 그저 지긋한 시선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은 늘고 있다. 간 김에 <산애딸기닷컴농장>과 <할매추어탕>에도 들러보면 어떨까! 봉하마을에서 멀지 않다.
(055-331-8583/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8시30분. 연중무휴. 추어탕 6천원, 메기매운탕 8천원.)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담당 기자 mh@hani.co.kr
맑은 국물로 개운한 맛 내는 경상도식
6가지 넘는 반찬엔 넉넉한 인심 담뿍

낙동강 물줄기가 시원하게 그림처럼 펼쳐진다. 네모진 평상은 시골 할머니 집 너른 대청마루 같다. 귓가에는 강바람이 솔솔 불고 입가에는 추어탕의 뜨끈한 김이 피어오른다. 김해시 상동면 매리에 있는 <할매추어탕>은 언뜻 평범해 보인다. 강을 끼고 있는 그저 그런 위치에 있는데다 메뉴도 흔한 미꾸라지와 메기다.
하지만 추어탕 맛을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무엇보다 ‘ㄴ추어탕’이니 ‘ㅇ추어탕’이니 하는 서울의 유명 추어탕 집과 비교해볼 때 가장 큰 차이는 맑은 국물이다. 솜털 같은 미꾸라지 살들이 맑은 국물에 동동 떠서 수영한다. 얼큰하거나 맵지도 않다. 부산이 고향인 주인 최복인(61)씨는 30년째 이런 추어탕을 만들고 있다. 음식점을 운영했던 어머니 옆에서 손맛을 배웠다. 지금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약 7년 전이다. 몸이 좋지 않은 남편 때문에 공기 좋은 곳을 찾아 들어왔다.
소쿠리에 담아 으깬 후 뼈는 버리고 살만 사용

간장과 된장은 직접 담그고 추어탕 재료로는 국내산 새끼 미꾸라지를 쓴다. 살이 연하고 부드럽다. 그는 미꾸라지를 잘 삶아서 소쿠리에 담아 으깬 후에 뼈는 버리고 살로만 추어탕을 만든다. 탕에 쓰는 물은 이 지역 지하수다. 뜨끈하면서 시원한 맛을 내는 이유다. 최씨는 나무로 불을 지핀 가마솥에서 끓인다. 만드는 법도 평범해 보인다. 이 집 추어탕의 포인트는 최씨의 넉넉한 인심과 순박한 마음씀씀이에 있다. 반찬이 6가지 넘게 나오는데 그 맛이 투박하고 정감이 있다. 시골 아낙네의 손맛이다.
추어탕은 초가을이 제맛이라고 알려져 있다. 미꾸라지를 추어(秋魚)라고도 부르는 이유다. 늦가을 미꾸라지는 겨울철 동면을 앞두고 살이 통통하고 지방이 많아 맛있다. 하지만 요즘은 자연산이 거의 사라지고 양식을 하기 때문에 4계절 그 맛을 즐길 수 있다.
추어탕용 미꾸라지는 ‘미꾸리’와 ‘미꾸라지’ 두 종류가 있는데 합쳐 ‘미꾸라지’라고 부른다. ‘미꾸리’는 ‘밑이 구리다’에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미꾸라지의 밑이 구린 이유는 뭘까? 미꾸라지는 아가미가 발달하지 않아 창자벽에 있는 실핏줄로 호흡한다. 창자호흡으로 아가미호흡을 돕는 것이다. 이때 창자로 마신 공기가 항문에서 방귀처럼 뽀글뽀글 올라오는 모습을 ‘밑이 구리다’는 말로 표현했다고 한다.
전라도식은 들깨, 서울식은 사골국물이 특징

추어탕은 대표적인 서민음식이다. 예전에 논과 늪, 도랑에서 잡아 여름철 농사에 지친 농부들이 먹었다. 지역마다 추어탕을 끓이는 방법은 조금씩 다르다.
<할매추어탕>은 경상도식이다. 경상도에서는 미꾸라지를 삶아 으깨고 고사리, 숙주나물, 시래기, 된장 등을 넣고 끓인다. 나중에 홍고추와 풋고추를 넣어 조금 더 끓이다가 먹을 때 초핏가루(산초)를 넣는다. 전라도는 경상도식과 비슷하지만 들깨와 된장 등을 더 넣어 걸쭉하게 만든다. 서울이나 경기도는 곱창이나 사골을 삶아낸 국물에 통째로 미꾸라지를 삶고 고춧가루 등을 풀어 맵게 만든다.
지난 2008년 10월29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상동의 산딸기농장 ‘산애딸기닷컴’을 찾았다가 이곳에서 점심을 먹었다. “연락도 안하시고 왔습니다. 갑자기 와서 어찌나 당황했던지, 깜짝 놀랐지요.” 최씨는 평범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추어탕을 내놓았다고 말한다.

그는 노 전 대통령과의 인연을 커다란 사진으로 남겼다. 그 사진은 평상 한 쪽 기둥에 걸려 있다. “한때는 이 사진을 떼놓은 적도 있죠. 사람들이 어찌나 이 소리 저 소리를 많이 하던지….” 최씨는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듣고 “놀라 걸어가다 넘어져서 한동안 꼼짝을 못했다”고 한다. 요즘은 사진을 보고 ‘이 소리 저 소리’하는 사람은 없단다. 그저 지긋한 시선으로 한참을 바라보고 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노 전 대통령 서거 후에도 봉하마을을 찾는 이들은 늘고 있다. 간 김에 <산애딸기닷컴농장>과 <할매추어탕>에도 들러보면 어떨까! 봉하마을에서 멀지 않다.
(055-331-8583/영업시간은 오전 11시~오후 8시30분. 연중무휴. 추어탕 6천원, 메기매운탕 8천원.)
글·사진 박미향 <한겨레> 맛담당 기자 mh@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