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st of Articles

셔터를 누른 순간 총탄이 우르르

  • 박미향
  • | 2009.03.12

한국인 최초로 ‘세계보도사진’ 두 번 수상한 다큐멘터리 사진가 성남훈 ▲ 2009 WPP 수상작. 연화지정. 간쯔. 중국. 2008 “따르릉, 따르릉” 전화가 왔다. 끊겼다 이어지는 전화 속 낮은 목소리가 흥분된 톤으로 말을 붙인다. “수상했어요. 성남훈 선생이 수상했어요.” 흔들흔들 배 위에서 춤추는 듯, 송수정(사진편집자 겸 큐레이터)씨의 목소리다. 그는 지난 2월 2일에 세...

흑백 톤에서 찾은 희망

  • 박미향
  • | 2009.02.11

사진 읽어주는 여자 남루한 차림과 삐걱대는 문짝, 아이들을 둘러싼 삶의 조건들은 참혹할 만큼 잔인하다. 하지만 인간이 이겨내지 못할 시련은 없다고 했던가! 아이들의 밝은 표정 속에서 그 가능성을 엿본다. 왜 흑백일까? 어쩌면 작가는 처참한 현실을 몽상적인 흑백 톤으로 표현해서 희망을 찾고 싶었는지 모른다. 전형적인 황금분할 구도 속에 아이의 표정은 보석처럼 빛난다...

동생아, 행복할 거지?

  • 박미향
  • | 2009.01.12

밝고 건강한 것이 좋다. 어두운 쪽보다는 환한 쪽을 보는 것이 낫다. 그늘보다 양지에 서 있는 것이 따스하다. 세상의 아픈 곳을 외면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는 방법으로 ‘낙천’을 선택하자는 이야기다. 아무리 명랑한 사람도 기실 그의 내면에는 드러내지 못하는 슬픔이 있기 마련이다. 더구나 2009년, 많은 사람들은 각오를 단단히 다져야 할 만큼 ...

2009년 이 작가를 주목하라

  • 박미향
  • | 2009.01.08

한국과 외국 사진계에서 혜성처럼 떠오른 젊은 작가 3인, 백승우 이명호 데비한 해가 바뀌면 사람들은 새로운 사람을 기대한다. 어쩌면 인생은 어제 만난 ‘그’와 내일 만날 ‘그’가 그물처럼 엮여 울긋불긋 만든 천 조각에 지나지 않을지 모른다. 2009년 사진계에서는 어떤 새로운 ‘인사’가 혜성처럼 ‘출몰’해서 우리의 심장을 아름다운 한 찰나로 파고들까 궁금해진다. 20...

분단의 허리, 유령 마을 두루두루 도는 두루미

  • 박미향
  • | 2008.12.16

철원 오대미마을 앙상한 나뭇가지들이 길가에 버려져 있고 버려진 녹슨 철문들이 길에 나뒹구는 마을, 밥 한 끼 해결하는 데도 신분증을 군인들에게 맡겨야 하는 엄혹함이 있는 마을, 여전히 분단의 상처가 진행형으로 남아 머릿속에 유령처럼 떠도는 마을. 마을의 이름은 오대미(강원도 철원군 철원읍 대마리)이다. 11월에 찾은 그 마을의 첫인상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도 보기...

조각난 에로티시즘

  • 박미향
  • | 2008.11.27

신디 셔먼, ‘무제 1994’ 사진을 보는 순간 입술을 만졌다. 프레임을 가득 채운 가쁜 숨들이 옮겨올 것 같은 불안감과 기대감이 교차했다. 마음속의 판타지가 보글보글 수프 끓듯 올라오는 순간이다. 때때로 이성이 아니라 동성과 사랑을 나눠보고 싶다는 성적인 판타지 말이다. 사진 속 오른쪽 마네킹의 흉터는 강렬한 에로티시즘의 풍경 안에 마구 찢겨져 나간 순결한 심...

한지에 찍힌 내면 풍경

  • 박미향
  • | 2008.11.27

사진가 이정진 〈wind 07-85〉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작가 이정진의 사막과 고독 커다란 창이다. 한쪽 벽을 가득 메운 창 안에는 마치 고화질 티브이 화면에서 보는 것 같은 세밀한 풍경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오랜만에 대지를 찾은 햇살에 감동하는 산자락과 그 산자락에 기대어 사는 이들의 붉은 지붕들이 보인다. 사진가 이정진(47)의 서울 종로구 구기동 작업실에...

이토록 아름다운 춤사위, 나도 갈대가 되었다

  • 박미향
  • | 2008.10.30

[찰칵, 사진 한 장] 순천만 들판에 노란 벼들이 익어 한들한들 춤추는 10월 중순, 순천만을 찾았다. 들머리부터 사람들이 와글거리는 소리가 잔칫집 같았다. 엄마의 손을 꼭 잡고 다리를 건너는 아이, 선생님의 고함소리를 뒤로 하고 앞서 달려가는 중학생들, 수줍게 손을 꼭 잡고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 한 점 바람도 카메라 앵글에 붙잡아 두려운 사진가들. 빽빽한 갈대 ...

집시를 찍으며, 집시처럼 …

  • 박미향
  • | 2008.09.25

[사진 읽어주는 여자] 요제프 쿠델카 삶의 조건이란 무엇일까? 공평할 수 있는가? 사진집 <인간> 시리즈를 만들었던 한국의 사진가 최민식 만큼 한국의 사진가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사진가가 요제프 쿠델카다. 그가 그린 집시들의 모습은 한때 우리 역사에 등장한 민초들을 닮았다. 그의 사진은 공평하지 않은 삶의 조건처럼 거칠다. 고감도 필름으로 찍은 듯한 ...

석연찮게 감동 주는 야릇한 그대여

  • 박미향
  • | 2008.09.24

[한국의 사진가들] 노순택 분단의 교활한 향기를 어둑한 색감으로 비웃으며 사진계를 넘어 미술계에서도 인정받는 노순택의 더 많은 사진 보기 숲에 차가 널브러져 있다(사진1). 왜? 그런가 하면 하얀 공들이 너른 벌판 이곳저곳에 박혀 있다. 뭐지?(사진2) 노순택(37)의 사진이다. 갸우뚱하면서 사진집을 덮는다. 1초, 2초, 3초, 4초 … 호기심을 참을 수 없다. 다시 펼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