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식당'은 보통 식당이 아니라예~

박미향 2011.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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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토박이가 추천하는 숨은 맛집 베스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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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못난이다’ 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의 투표가 시작되었다. 부산 아쿠아리움 직원들은 ‘못생긴 물고기 특별전’의 광고문구 2가지 중 하나를 골라야 했다. 결과는 못난이를 당당하게 표현한 ‘나는 못난이다’로 결정되었다. 사무실 한쪽에서 미소를 짓고 있는 이가 있다. 마케팅팀장 곽현일(41)씨다. 그가 낸 안은 ‘못생겨서 죄송합니다’였다. 안은 떨어졌지만 야속하지 않다. 후배들을 끌고 부산맛집으로 향한다. 그는 부산맛집 고수다. 오륙도 앞에서 자장면 배달을 주문하고, 부산 여행객들의 맛집 안내원을 자청한다. 4년간 한 대기업 계열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서울살이를 한 것 빼고는 줄곧 부산에서 살았다. 그가 10년 넘게 다닌 단골집, 부산사람들이 잘 가는 맛집을 소개한다.

 

⊙ 중앙식당→곽씨가 부산 최고의 식당으로 꼽는 곳이다. “알리기 아까울 만큼 맛과 가격 모두 착한 집입니다.” 중구 중앙동 어수룩하게 좁은 골목 안에 있다. 몸을 가재처럼 세워야 겨우 들어가는 골목이다. 골목 안에는 천장이 낮고 벽이 낡은 ‘중앙시장’이 있다. 잡어회를 주문한다. 광어, 병어, 갯장어(하모)가 작은 접시에 단아하게 나온다. 매끈한 병어전을 입에 넣자 짜릿한 전율이 입안을 휘감는다. 순식간에 형체도 없이 사르르 녹는 감촉은 전기에 감전된 것처럼 그로테스크한 쾌감을 선물한다. 중앙식당은 병어의 뱃살은 회로, 나머지 부위로는 전을 부쳐 낸다. “이곳은 수족관이 없어요. 그만큼 신선하다는 이야기죠. 가까운 자갈치시장에서 매일 가져오는 생선들입니다.” 국자처럼 옴폭 파인 양파조각에 갯장어를 얹어 먹으면 자취방 같은 횟집은 천국이 된다. 백옥 같은 광어탕으로 마무리한다. 잔잔하게 밀려오는 파도처럼 생선기름이 동동 떠 있는 탕은 고급 일식집도 따라 하기 힘들 만큼 맛나다. 이곳은 50년 된 곳이다. 이 멋진 잡어회는 3만원.(051-24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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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해식당→자갈치시장을 둘러보면 맛집이 많다. “오시소, 잘 드릴께예”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온다. 어떤 곳을 가야 할지 난감하다. 곽씨는 김해식당을 추천한다. 푸짐한 아귀탕이 손님을 맞는다. 경상도에서는 아구탕이라고도 한다. 콩나물만 수북해서 정작 아귀는 제대로 맛도 못 보는 집들과는 다르다.(051-255-8242)
 

⊙ 신창국밥→“된장을 넣어 만든 국물이 일품입니다. 돼지고기로 우린 육수라고 해도 믿을 정도죠.” 곽씨는 점심식사나 해장을 위해 이곳을 찾는다. 반찬은 소박하지만 국밥은 왕후장상의 밥상처럼 푸짐하다. 지점이 여러 개 있는 같은 이름의 신창국밥집과 다른 곳이다.(051-253-6428)
 

부산=글·사진 박미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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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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