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블랙, 맛 괜찮지만 가격 너무 비싸!

박미향 2011.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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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전문가·영양학자·요리사·라면애호가의 신라면블랙 대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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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3관왕을 차지한 임춘애 선수는 몰려드는 기자들에게 “평소 즐겨 먹는 음식은 라면”이라고 말했다. 금메달리스트가 좋아한 라면은 1963년 세상에 첫선을 보였다. 당시 라면은 10원이었다. 44년이 지난 지금 100배가 훌쩍 넘는 1000원대의 ‘신라면블랙’이 출시됐다. 1봉지에 1320원(대형마트 기준)인 신라면블랙은 출시 한달 만에 출고가 기준 9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esc>는 경제전문가, 요리사, 라면애호가와 함께 신라면블랙의 맛과 영양, 가격에 대해 꼼꼼하게 따져보기로 했다. 대담자로 이원재 한겨레경제연구소장, 장소영 궁중음식 연구가(식품영양학 박사), 서양요리 전문가 션 김, 매주 3회 이상 라면을 먹어온 자취 경력 5년의 대학생 박형진(성균관대 3학년)씨가 참여했다.
 
 기자: 맛부터 점검해보죠. 기존의 신라면과 맛이 얼마나 다른가요?
 장소영(이하 장): 신라면보다 덜 빨간 것 같고, 면은 좀더 쫄깃한 느낌이네요.
 이원재(이하 이): 뭔가 탁한 게 들어간 것 같은데요. 독특해요. 면이 차진 느낌이 들어요.
 박형진(이하 박): 고명이 눈에 띄어요. 매운맛은 신라면보다 훨씬 덜하고요.
 기자: 고명은 쇠고기, 표고버섯, 마늘편이네요. 크기도 다른 라면에 비해 큰데요.
 션 김(이하 션): 고기 질감이 괜찮은데요. 씹는 맛이 있어요. 안성탕면에 치즈를 넣은 것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약하게 느껴지는 매운맛은 맑은 육개장의 매운맛과 같네요. 신김치와 잘 어울리고 단무지와는 맞지 않아요. 분말수프 용해도는 좋은 거 같아요. 면은 신라면보다 좋고요.
 기자: 국물도 신라면보다 부드럽습니다. 신김치와 어울리는 것은 느끼한 맛 때문 아닐까요.
 장: 부드러워요. 신라면보다 자극적인 맛이 적습니다. 우골성분에서 유래한 것 같아요.
 박: 신라면 국물에 사리곰탕면을 섞은 맛이에요. 고명은 훌륭하네요. 버섯은 막 썰어 놓은 듯한 식감이 있고요.
 이: 저는 항상 맛은 가격 대비 맛이라고 생각해요. 단일가격 기준으로 맛을 평가해야 되는 거죠. 저는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요.
 기자: 상품 가격은 어떤 단계에서 갑자기 2~3배가 오르고 고착화되기도 하잖아요.
 이: 라면 가격은 계속 올랐어요. 60년대 삼양라면이 나왔죠, 10원이었습니다. 80년대 초 100원 되는 데 20년 걸렸죠. 2011년 1320원짜리 라면이 나왔어요.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최근 라면 평균가격은 563원입니다. 전체 라면가격이 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초까지 10년간 라면 가격은 100원대였습니다. 94년에 고급라면이 나와요. 당시 출시된 라면의 광고에는 ‘녹황색채소스프와 에스오디 원료가 들어간 고급화’란 문구가 있었죠. 그러면서 300원으로 올랐어요. 기업들은 가격을 올릴 때 일단 가장 잘 팔리는 제품의 가격을 올리거든요. 당연히 가격저항이 세고 정부의 감시도 심하죠. 이럴 때 흔히 쓰는 방법이 ‘이게 최고급 제품이다’라고 얘기하는 겁니다. 많이 팔리는 것보다 비싸게 해서 마진을 높이는 게 더 중요한 거죠. 농심은 상당히 독점력이 있죠?
 기자: 시장에서 약 70%를 차지하고 있죠. 나머지 30%를 삼양식품, 오뚜기, 야쿠르트가 나눠 가지고요.
 이: 70% 점유율이면 독과점이에요. 막 올릴 수 있어요.

 

 

70% 점유율 농심이라 가격 올리기 가능

 

 

기자: 가격을 생각하지 않는 미식가들도 있잖아요? 
 션: 면은 좋아요. 어떤 라면은 잔치국수 잘못 익혔을 때 나는 밀가루 냄새가 나기도 하거든요. 그래도 무파마나 안성탕면보다 낫다고 말하기는 어렵겠는데요.
 장: 조금 더 쫄깃하고 식감이 있지만 선택에 영향을 미칠 만큼은 아닌 듯합니다.
 박: 면도 가격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쫄깃하다고 느끼는 것 같습니다. 집에서 라면을 먹을 때 쫄깃한 맛이 유지되면 좋아요. 블랙은 먹는 와중에 면이 불어서 다른 면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겠는데요.
 장: 라면의 맛은 기호의 차이 아닐까요. 칼칼한 거 좋아하면 신라면이 좋은 거고. 면 맛은 끓일 때 시간 조절하는 게 더 중요한 거 아닐까요.
 기자: 블랙의 광고 문구는 ‘건강을 위하여’인데, 영양적인 측면은 어떤가요?
 장: 홈페이지에 ‘완벽한 영양 밸런스는 60:27:13’(탄수화물:지방:단백질)인데 블랙은 ‘62:28:10으로 완전식품에 가까운’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영양학자들이 말하는 바른 영양균형은 65:20:15입니다. 우골이 들어가서 칼슘과 단백질의 함량이 신라면보다 조금 올라갔어요. 건강에 큰 도움은 안 됩니다. 칼슘은 차라리 우유 한잔 마시는 게 낫죠. 제일 문제는 나트륨입니다. 다른 라면과 다르지 않고 1봉지 먹으면 하루 섭취해야 할 나트륨 양을 모두 채우는 꼴이 됩니다.
 기자: 다른 라면과 다른 고명(고기·버섯·마늘)은 어떤가요?
 장: 이 고명은 동결건조 방식으로 만드는데 비용이 많이 든다고 합니다. 눈에 보이는 부분이죠. 마늘편이 마치 통마늘처럼 보이더라구요. 고기도 다른 라면은 콩단백인데 블랙은 진짜 고기예요. 우골수프도 뜯어 넣으면서 ‘어 이거 진짜 설렁탕 같은 게 들어가네’ 생각하게 되죠. 영양적으로는 그다지 훌륭하지 않은데 눈에 보이는 것들이 크죠.
 박: 라면 먹을 때 수프들이 많으면 왠지 좋아 보여요. 하지만 건더기는 국물이나 면에 비해 라면 맛을 결정짓는 요소는 아니죠. 저는 라면 끓일 때 콩나물을 많이 넣어요. 넣고 안 넣고의 차이가 크죠. 하지만 이 고명들은 별 차이가 없을 것 같아요.
 션: 우골은 국내산인가요?
 기자: 호주산이 대부분이고 국내산이 소량이라고 합니다.
 

쫄깃하고 부드럽지만 영양가는 ‘글쎄’
 
 

 

이: (맛이나 영양보다) 다른 만족을 주는 것 같아요. 이런 걸 과시적 소비라고 하죠. 명품이 예가 될 수 있죠. 라면은 범용제품이기 때문에 과시적 소비가 없기 마련인데 가격을 올리려고 창출할 수 있겠죠.
 션: 블랙이라는 색에는 고급 이미지가 있어요.
 이: 과시적 소비를 촉발하기 위해서는 이 정도면 돼요. 구치 가방 만드는데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지는 않아요. 상표 붙이고 살짝 다른 면이 있는 거죠. 그런 걸 신라면블랙이 준 거예요.
 박: 이야깃거리가 되니깐 트위터에 관련 글이 많이 올라와요. ‘먹어봤다’ 말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기자: 라면은 자취생이 가장 사랑하는 음식이잖아요.
 박: 제가 라면을 고르는 기준은 가격입니다. 라면에서 기대할 수 있는 맛은 거기서 거기잖아요. 짜파게티냐 비빔면이냐 국물이 있냐 정도가 추가 기준이 되죠. 신라면블랙은 가격이 부담스럽고요, 구매할 생각은 안 들어요.
 이: 과시적 소비라고 해서 꼭 나쁜 건 아닙니다. 친환경 소비도 과시적 소비죠. 내 몸에도 좋고,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안 미치고, 사회적 책임에 충실한 제품을 사면서 자랑하는 거죠. 하지만 신라면블랙은 전체 라면값을 상승시켜 기업의 이익을 늘리는 데 기여하죠. 사람들이 쓸 수 있는 심리적 자원은 한정되어 있어요. 그걸 신라면블랙에 빼앗기는 건 사회적으로 봤을 때는 낭비인 거죠.
 기자: 과거 풀무원에서 1000원대 라면이 나왔는데 이슈화가 안 됐어요.
 이: 마켓파워예요. 풀무원은 마켓을 좌우하고 선도하는 기업이 아닙니다. 농심에서 하면 시장은 움직일 거예요.
 기자: 유통업체들과 기업들의 관계는 어떨까요? 대형마트에 보기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던데.
 이: 농심의 시장점유율이 70%라는 것은 언뜻 생각하면 소비자의 70%가 농심을 선택했다고 오해하기 쉬운데 유통채널의 70%가 농심을 선택했다고 봐야 합니다.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진열대를 많이 차지하는 독점기업의 고가 신제품이 나오면 더 좋죠. 제조업체 마진이 클수록 이익이 커지니까 유통업체도 좋아요.
 기자: 총평을 한마디씩 해주시죠.
 이: 국민경제를 생각할 때 신라면블랙의 가격은 990원을 넘으면 안 된다, 라면이 1000원대가 되는 건 막아야 한다, 1000원이 넘어가는 순간 과시적 소비를 하는 경향이 생길 거 같은데, 그건 좀 안 했으면 좋겠다, 그 에너지는 공정무역 커피나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쪽으로 갔으면 하겠다, 이 정돕니다.
 션: 신라면보다 면은 좋고, 고명이 훌륭해요. 하지만 내 입맛에는 무파마와 안성탕면이 더 좋습니다. 무파마에 사리곰탕면을 섞은 느낌이고요. 미니 즉석밥을 곁들여 주면 좋겠네요.
 장: 우골보양식이란 심리적인 위안은 있지만 영양학적으로 훌륭하다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박: 자취생이 1700원(편의점 가격)으로 보양식을 먹게 하는 엄청난 발명품입니다. 학교 앞 분식점에 된장찌개 6000원, 구제역 파동 이후 제육볶음의 가격은 ‘시가’였어요. 이런 세상에!
 
정리·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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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턴트 라면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식량난을 해결하려고 개발됐다. 한국전쟁 이후 우리의 배고픔을 해결해주던 라면은 2011년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1000원대 신라면 블랙은 여러모로 논란중이다. <esc>는 전문가 대담 이후 이정근 농심 마케팅팀 상무를 만나 신라면 블랙에 대해 캐물었다.

 

기자: 신라면 블랙을 개발하게 된 의도는?

이정근(이하 이): 예전과 달리 라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생겼다. 건강을 걱정하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는 라면을 만들자, 라면의 패러다임을 바꿔보자, 이런 게 의도였다. 건강을 염려하고 자극적인 것을 싫어하는 이들을 잡으려 했다. 그들은 기자: 홈페이지에 실린 신라면 블랙의 영양밸런스가 틀렸다는 말이 있다.

이: 영양학자마다 기준이 다르다. 농심은 일본 닛신식품중앙연구소의 기준을 가져왔다. 우골을 넣어 부족한 단백질과 무기질을 보완했다. 고온에서 우골 엑기스(추출물)를 뽑아 분말화했다.

기자: 칼슘 함량은 늘었지만 영양학적으로 좋아진 것은 없다는데?

이: 칼슘은 뼈를 많이 갈아 넣으면 올라간다. 20%로도 올릴 수 있다. 그런데 한 끼에 흡수할 수 있는 양이 정해져 있다. 전체 영양 균형이 중요하다. 우골은 칼슘만 고려해 넣은 게 아니다.

기자: 면 개발은? 신라면보다는 쫄깃하다는데? 그리고 수프는?

이: 탄성이 좋은 고급 소맥분을 사용했다. 수프는 공정이 다르다. 저온농축 과정이다. 엑기스를 농축할 때 열을 가하면 향이 날아간다. 수프는 저온농축해서 향이 날아가는 것을 잡았다. 설비 투자 비용, 280억여원 들었다.

기자: 나트륨 함량은 다른 라면과 같다는데?

이: 영양학자들이 대체품을 개발해줬으면 좋겠다. 염분 맛을 내는 대체품을 찾을 수 없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도 나트륨 많다.

기자: 1위 기업이 1위 판매 제품의 값을 올려 전체 라면 가격을 상승시킨다는 비판이 있다.

이: 원가보다 마진을 많이 올려 팔면 소비자단체나 정부가 가만히 있지 않는다. 신라면의 마진보다 크지 않다. 판매가는 유통업체 소관이다. 오픈프라이스 정책 때문이다. 신라면은 국내에서 5000억원 판매한다. 30년 쌓은 신라면 브랜드를 포기하는 것은 우리에게 모험이다. 가격은 원가뿐 아니라 설비투자비 때문에 올라간 것이다.

기자: 높은 제조업체의 마진은 유통업체의 마진과도 관계가 있다는데?

이: 그것은 이슈화돼서 그렇다. 유통마진은 우리가 통제 못 한다.

 

정리 박미향 기자 m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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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향 기자
한겨레신문에서 음식문화에 관한 다양한 기사를 쓰고 있다. 2000년에 직장인들의 야식을 주제로 한 연재물 '밤참'을 시작으로 먹을거리와 인연을 맺었다. <그곳에 가면 취하고 싶다>, <인생이 있는 식탁> 등 4권의 음식 관련 책을 냈다. MBC <여성시대> 등에 출연해 맛난 이야기를 전하기도 했다. 타고난 체력과 품 넓은 열정을 재산 삼아 맛과 이미지의 세상을 여행하고 있다.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행복하게 만드는 음식문화 정착에 자신의 일이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행복의 시작은 밥상이 출발이라고 믿는다.
이메일 : mh@hani.co.kr       트위터 : psols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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